“北근로자, 中서 방역장비 생산… 수입국 대북제재 위반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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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언론 “中 단둥 하청업체 제품… 韓美日英伊 등 전세계로 수출돼
세계 각국 北 불법노동에 연루” 보도
하루 18시간 노동, 월급 대부분 송금”… 北근로자 인권문제도 도마에 올라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물품이 영국 정부를 비롯해 한국, 일본, 미국 등에 수출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탐사취재 결과 중국 단둥의 공장들에서 북한 노동자 수백 명이 전신보호복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 물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영국 보건사회복지부(DHSC)가 수입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DHSC는 코로나19 보호장비 수급 계획을 세우며 ‘유니스페이스 글로벌’이라는 업체와 계약을 통해 전신보호복 수십만 벌을 사들였다. 유니스페이스 글로벌은 중국 무역업체와 계약했는데, 해당 무역업체가 다시 북한 노동자가 고용된 단둥의 공장 2곳에 재하청을 주면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단둥 의료업체들은 전신보호복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4개 기업의 제품은 미식품의약국(FDA)의 의료보호장비 제품에 등록된 상태다.

영국 정부나 유니스페이스 글로벌이 물품 생산에 북한 노동자들이 참여했는지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해당 보도와 관련된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가디언은 “정부가 매우 긴급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경쟁 입찰 없이 바로 계약을 맺으면서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계약 체결에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했다”며 “영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보호복 등은 영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 이탈리아, 필리핀, 미얀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으로도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는 해당 공장 마크가 찍힌 전신보호복 20만 벌이 이탈리아에 수입됐고, 남아공에서도 같은 공장에서 200만 벌을 수입했다. 한국과 미국 등의 구체적인 수입 경로나 관련 업체는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지난해 말까지 송환돼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각국이 북한의 불법 노동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대부분 여성인 노동자들은 휴식시간이나 휴일이 거의 없이 하루 18시간 가까이 일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에 2200∼2800위안(약 37만4000∼47만6000원)의 월급을 받지만 이 중 70%는 북한 당국으로 보내지고 노동자가 손에 쥐는 금액은 수백 위안에 불과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북한#근로자#방역장비#대북제재#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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