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서울중앙지검 무리수, 이런 행태가 진짜 검찰개혁 대상

동아일보 입력 2020-11-12 00:00수정 202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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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전시기획사를 운영하면서 대기업에서 부당한 협찬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김 씨 회사와 협찬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주요 증거들이 임의 제출을 받아도 되는 내용이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좌파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지휘선상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 약 3주 만에 서울중앙지검이 강제 수사에 나섰으나 첫 관문부터 제동이 걸렸다.

이 사건의 실체와는 별개로 검찰의 영장이 통째로 기각된 것은 영장 발부에 필요한 단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서둘러 강제 수사를 시도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이 압수하겠다고 주장한 증거들도 임의 수사 방식을 통해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강제 수사를 고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단순 고발인 이 사건을 대형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했고 이에 수사팀 책임자가 반발하는 파행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무더기 영장 기각은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을 압박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그의 부인 관련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이다 법원에서 제지당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간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대해서는 갖가지 방법으로 수사 확대를 저지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지검장이 윤 총장과 관련된 사건에는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는 배경에는 윤 총장을 내치려는 여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 중앙수사부가 2013년 폐지된 이후 권력 비리 수사의 핵심 조직으로 역할해 왔다. 그런데도 올 초 이 지검장이 취임한 이후엔 그런 역할과 거리가 멀다. 권력형 비리 의혹이 짙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고소고발 사건을 맡는 조사부에 배당해 사실상 몇 달 동안 사건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여권과 추 장관은 말끝마다 검찰개혁을 강조하는데, 권력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건은 총력동원 체제로 강압적 수사를 밀어붙이고, 정권에 불리한 사안은 수사를 지지부진 늘어뜨리는 서울중앙지검의 ‘권력바라기’ 행태야말로 개혁 대상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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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서울중앙지검#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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