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육에 아이들 더 맡겨야 하나[오늘과 내일/이성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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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도 ‘유튜브 수업’만 바라보는 학생들
교사와 학교의 존재가치만이라도 지켜주길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2학기는 나아질 줄 알았다. 조금 달라지기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나아진 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 아이들은 여전히 ‘집콕’이고, 지켜보는 부모는 애가 탄다.

월요일에 중학교 3학년인 큰아이의 실시간 원격수업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을 통해 처음 하는 실시간 수업이었다. 주말 내내 줌(Zoom·화상회의 서비스) 이용법을 설명했다.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세대이니 지루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가만있을 수 없는 게 부모 마음이다.

기대도 있었다. 사실 올 1학기 교사들도 참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2학기에는 교사가 공들여 준비한 원격수업에 학생들이 충실히 참여하는 모습을 바랐다. 하지만 첫 실시간 원격수업의 끝은 너무 황당했다. 사용시간 제한(줌은 무료로 40분간 이용할 수 있다. 아니면 돈을 내야 한다.)에 걸려 수업 도중에 끝난 것이다. 아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선생님이 줌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더라고….”

최근 수도권의 한 학교는 주변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등교를 중단했다. 혹시 몰라 온라인으로 교직원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상당수 교사가 줌 사용법을 몰랐다. 결국 교사들은 학교로 향했다. 코미디 같지만 현실이다. 서울의 한 학교 교사가 말했다. “줌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 것 같아요? 한 학교에 한두 명밖에 안 돼요.”

2학기가 됐지만 실시간 위주로 원격수업을 진행 중인 학교는 여전히 손에 꼽는다. 대부분 미리 만든 영상자료 중심으로 수업을 한다. EBS 자료, 아니면 유튜브 영상이다. 매일 3, 4개의 영상 링크가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집집마다 ‘유튜브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유튜브 수업이 불가피한 점도 있다. 필요한 영상 자료는 많은데 저작권 시비까지 피해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선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건 유튜브뿐’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그래도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유치원은 원격수업 기간에 이용하라며 30개가 넘는 유튜브 영상을 안내했다. 한 초등 3학년생 학부모가 허탈하게 말했다. “그동안 아이의 스마트폰 중독을 피하려고 정말 눈물 나게 노력했는데….”

‘위드(with) 코로나’에 맞춰 2학기를 준비한 교육부도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건강진단을 한다. 증세가 있으면 등교가 제한된다. 그런데 웹사이트에서 진행하던 건강진단이 7일 갑자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었던 학부모는 별로 없었다. 갑자기 이용자가 늘면서 앱 내려받기는 물론이고 웹사이트마저 오전 내내 불통이었다. 뒤늦게 안내 받은 부모들은 집이나 직장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교육당국이 예고 없이 금요일에 앱 전환을 학교에 알려 학부모에게까지 전달되지 못한 탓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원격수업 환경이 곧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포기하는 게 맞다. 차라리 담임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에게 전화하는 건 어떨까.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고, 작은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해주는 게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한 학급이 30명 남짓이니, 한 명당 5분 정도면 하루에 1시간도 채 안 된다. 어차피 2학기에도 제대로 된 원격수업이 불가능하다면 이렇게 학교와 선생님의 존재가치라도 잃지 않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유튜브만 보느니, 차라리 ‘우리 선생님이 전화할 시간’을 기다리는 게 훨씬 교육적이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교육#유튜브 수업#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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