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로켓 발사하고 드론 띄우고… 성층권서 보는 새로운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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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상태 유지하는 성층권… 기후변화 관측하기 좋은 환경
태양광 드론을 성층권에 띄우면… 산불-국경 등 장시간 촬영 용이
성층권서 로켓 쏘는 발사대 개발… 중력 약해 크기-비용 절감 가능

성층권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태양광 드론 ‘EAV-3’(위쪽 사진)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대형 기지국으로 만든 기구 모두 성층권에서 활약하는 아이템들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룬 프로젝트 제공
성층권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태양광 드론 ‘EAV-3’(위쪽 사진)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대형 기지국으로 만든 기구 모두 성층권에서 활약하는 아이템들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룬 프로젝트 제공
지난해 2월 한국표준연구원 김용규 책임연구원이 이끈 고층기상연구팀은 고도 10∼50km에 위치한 성층권을 지상에서 재현할 수 있는 ‘고층기상모사시스템(UAS)’을 개발했습니다. 일종의 인조 성층권이죠. 온도 조절이 가능한 폭 1.5m, 높이 2m의 박스형 체임버로, 밖에 연결된 다양한 장치들로 고층 대기 환경을 만들어요.

우선 제논(Xe) 램프로 자연 빛에 가장 가까운 빛을 쏴 체임버 안에 태양빛을 만들어요. 그리고 습도 발생 장치와 일정한 속도로 공기를 흘려보내는 ‘소닉 노즐’로 체임버 안에 원하는 온도와 습도, 풍속을 만들죠. 그 결과 온도는 영하 70도∼영상 20도, 기압은 5∼500hPa(헥토파스칼), 빛은 m²당 1000W까지, 최대 고도 35km의 대기 환경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이런 인조 성층권을 만든 걸까요. 성층권은 과학자들에게 특별한 공간이에요. 성층권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오존, 메탄 같은 물질들이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해 지구의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요. 또 성층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류권과 달리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상승해 공기가 위아래로 잘 섞이지 않아요.

성층권에서는 이렇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덕분에 기후변화의 신호를 뚜렷이 관측할 수 있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감시하기 위해 기상을 관측하는 기기인 ‘라디오존데’를 성층권에 띄워 기온과 습도, 기압 등을 측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태양빛에 의해 온도계가 뜨거워지거나 바람 등으로 인해 측정값이 변하기 일쑤였어요. 측정값을 보정하더라도 지상에서 성층권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알기엔 한계가 있었지요.

이럴 때 UAS가 빛을 발하는 거예요. UAS에 라디오존데를 넣어 사전 실험을 한 뒤 직접 성층권으로 올려 보내 관측하면 보다 정확한 수치를 얻을 수 있지요.

○성층권에 드론 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연구부 이융교 책임연구원팀은 고고도 태양광 드론 ‘EAV-3’의 53시간 연속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어요. EAV-3는 8월 16일 오전 5시 35분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이륙해 12∼18km의 성층권을 비행하다 18일 오전 10시 41분에 착륙했지요. 성층권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였던 이전과 달리 최근 비행은 배터리와 카메라 등 임무 장비들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거예요. EAV-3가 24시간 이상 비행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이를 위해 작은 크기 단위 전지 수백 개를 한데 묶은 배터리팩을 만들어 사용했지요. EAV-3는 낮에는 태양빛으로 비행하면서 남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이를 다시 밤에 사용하는 걸 반복해요.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최대 100회까지 반복해 비행할 수 있으며, 내후년쯤에는 300회 이상 반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하고 있답니다. 성층권 태양광 드론은 세계적으로 개발이 한창이에요. 성층권에서는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좋은 데다 공기 밀도가 작아 드론이 적은 에너지로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덕분에 산불, 국경 감시, 기상현상 관측 등을 동영상으로 오래 촬영할 수 있죠. 위성보다 개발 비용이 수십 분의 1 정도로 적은 것도 큰 장점이고요.

가장 안정적인 비행 능력으로 화제가 된 태양광 드론은 유럽의 항공기 제작 회사인 에어버스가 개발한 ‘제퍼S’예요. 2018년 21km 상공에서 26일 동안 비행한 뒤 안전하게 착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밖에 일본 소프트뱅크의 ‘호크 30’, 미국 보잉사의 ‘오디세우스’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요.

○성층권에 기구를 띄우다!

로켓 발사라고 하면 흔히 땅 위 거대한 발사대에 세워진 로켓이 굉음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을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작은 로켓이 기구를 타고 성층권까지 둥둥 떠올라 그곳에서 우주로 발사되는 성층권 기구 발사대가 있어요. 미국의 ‘레오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성층권 기구 발사대 ‘로쿤(rockoon)’이 주인공이지요.

레오 에어로스페이스 연구팀은 2018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막에서 처음으로 시험 발사를 진행했어요. 연료를 태우자 알록달록한 기구가 수 m 떠올랐고, 그 위치에서 매달려 있던 소형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지요. 성층권 기구 발사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거예요. 땅에서 발사되는 기존의 로켓은 중력보다 훨씬 큰 힘을 내기 위해 연료를 최대한 많이 태워야 하고, 로켓의 크기는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 결과 만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답니다.

반면 성층권은 공기의 밀도가 낮고(지상의 5%) 중력이 약해서 로켓이 우주로 나아갈 때 큰 힘이 들지 않아요. 연료를 덜 쓸 수 있어 로켓을 작게 만들어도 되지요. 레오 에어로스페이스는 로켓의 크기를 기존보다 5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또 로켓을 발사대에 장착하고 발사하는 과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발사 시점과 궤도를 선택하기가 수월하고, 발사 대기 시간도 단축할 수 있지요. 최근 우주 산업에서 소형 위성과 소형 발사체 개발이 활발한 만큼 성층권 기구 발사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답니다.

성층권에 띄운 기구를 이용해 인터넷을 쓸 수도 있어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성층권으로 올려 보낸 7대의 기구가 1000km에 달하는 넓은 지역에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거든요. 이는 인터넷 기지국 역할을 하는 대형 기구를 성층권으로 올려 보내는 ‘룬(Loon)’ 프로젝트예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상공 20km에 기구를 띄워서 사막이나 산간마을처럼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2011년부터 활발하게 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투명한 비닐 소재로 만든 기구는 지름이 15m로 테니스 코트만 해요. 여기에 태양 전지판과 네트워크 장비 등을 탑재하고, 기구 안에 헬륨과 공기를 채우죠. 이러한 기구 여러 개를 성층권에 띄우면 지상국의 신호를 받은 대장 기구가 옆 기구로 신호를 보내고, 릴레이 하듯 옆 기구로 신호를 전달해요. 그럼 더 넓은 지역에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어요.

이윤선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etiteyoon@donga.com
#로켓#드론#성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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