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 前대통령 이름 딴 건물 사라지나…인종차별 흔적 지우기 나선 美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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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공공 건물들의 이름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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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워싱턴포스트(WP)와 디시스트 등에 따르면 자문그룹 DCFACES(District of Columbia Facilities and Commemorative Expressions)는 이날 이름을 바꿔야할 건물 목록을 워싱턴시에 제출했다. 토머스 제퍼슨,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 변호사 프랜시스 스콧 키,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 등 ‘미국 정신’의 근간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다수 포함됐다.

디시스트에 따르면 DCFACES는 시의 의뢰를 받아 7월부터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물명을 딴 워싱턴시의 건물 1300여 곳을 추린 뒤 5가지 기준으로 목록을 확정했다. 해당 인물의 노예제 참여, 인종차별, 여성과 소수자 억압, 우월주의 찬성, 인권법 위반 등이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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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여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도 반영했다. 리차드 레이즈 가빈 DCFACES 공동의장은 “시민들은 우리가 하는 작업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시의 명예를 드높이는 이름이 공공건물을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디시스트 캡처
디시스트 캡처

조사 및 평가 결과 토머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 프랜시스 스콧 키, 우드로 윌슨 등의 이름을 딴 건물 65을 개명 대상으로 확정했다. 유형별로는 21개 공립학교, 주거용 건물 9곳, 공원 12곳, 놀이시설 7곳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건물 70%가 백인 남성의 이름을 따르고 있었다”며 “향후 더 많은 여성과 유색인종의 이름을 건물에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건물이름을 바꾸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고 WP는 전했다. 과도한 역사 지우기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데다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디시스트는 “한 건물의 이름을 교체하는데 보통 5000달러~1만5000달러가 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교 이름은 50만~100만 달러 사이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의회 법안 통과와 상하원 위원회의 청문회도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도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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