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회 대면예배 고수” “종교의 자유 제한”…文·기독교계 날선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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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일부 교회를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일부 교회의 행태를 성토하며 대면 예배 규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교회 지도자들이 ‘종교의 자유 제한’이라고 맞서면서 110분간의 간담회 동안 날선 공방을 벌였다.



●코로나 책임론, 대면예배 두고 충돌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는 우리나라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발전하는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해주셨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곧바로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작심한 듯 비판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등을 겨냥해 “특정 교회에선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한다”며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 방역이 한 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며 전례 없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개신교계 대표로 발언에 나선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회장은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 회장은 “정부는 코로나 종식과 경제를 살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 종식과 예배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가 방역을 앞세워서 교회를 행정명령하고 또 교회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국민들께 매우 민망할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나 휴가를 장려한 것이 코로나19가 재확산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는데도 책임을 교회에 돌리고 있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또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을 향해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했으면 한다. 교회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라며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 설치, 방역 우수 교회에 대한 ‘방역인증마크’ 수여, 좌석 수에 따른 집회(예배) 인원 유연 적용을 요청했다.



● 文 “일부 교회 가짜뉴스의 진원이란 말도 있어”

개신교계의 반발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저 개인도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도 “집단감염에 있어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돼 있다”고 했다.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을 계속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교회 협력기구 설치 제안에 대해선 “아주 좋은 방안”이라면서도 “교회인증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일부 교회를 겨냥해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 일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이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신교 대형교단의 한 목사는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목하며 쓴 ‘적반하장’ ‘몰상식’ 등의 표현은 그곳에 모인 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하기에는 과했던 것 같다. 대통령이 교계의 협조를 구하기에 앞서 정치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또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방관들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법과 원칙대로 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계 파업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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