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군인 경찰 소방관을 위한 ‘특수공공의료’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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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택 중앙보훈병원 원장

최근 공공의대, 공공의료가 화두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특수공공의료가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 특수공공의료는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 등을 위한 의료를 말한다. 공중보건의가 급감하면서 이들을 위한 병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 탓이다.

특수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에 열린 것은 지난해 7월의 ‘범부처 공공병원 협의체 TF’ 회의다. 당시 국무조정실 및 9개 부처 담당 국장과 15개 공공병원장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공공병원 간 연계 및 협력 방안 마련을 통한 ‘국가돌봄병원’(군인 경찰 소방 보훈 관련 통합 의료서비스 제공) 구축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협력 및 조정을 위한 관리체계가 없고 필수 의료인력(의사)이 절대 부족하다는 문제점만 확인한 뒤 답보 상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확진자 1800만 명, 사망자 7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 일로에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세계적으로 방역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번 재난 상황을 보면서 느낀 점은 정부가 감염 예방을 위해 새로운 의료시설을 만들기보다 기존 공공의료기관을 잘 활용해 감염병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훈병원은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단일체계에서 운영되는 국내 최대 공공의료기관이다. 전국 6개 대도시(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총 3400병상 규모)에 종합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구 및 대전보훈병원이 코로나 치료 거점병원 역할을 담당했다. 이 때문에 국가적 재난 상황뿐 아니라 군인 경찰 소방 보훈을 책임지는 ‘국가돌봄병원’ 구축에도 보훈병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보훈의료 시스템이 국가 특수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것과 같다.

중앙보훈병원은 현재 1400병상을 운영 중이다. 특수공공의료 전반에 걸쳐 거점 역할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의료진 확보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결정을 계기로 특수공공의료를 위한 의대 설립의 길이 열린다면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의료교육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도 줄일 수 있다.

흔히 공공의료라고 하면 의료의 질이 떨어져 잘 가지 않는 병원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보훈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들은 뛰어난 시설 및 의료진 수준에 놀란다. 특수공공의료의 발전을 위해 보훈병원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허재택 중앙보훈병원 원장#특수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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