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하고 때론 징글징글한… 가족에 대한 엄마의 몸부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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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영 작가 ‘엄마의 신전’ 연작, 부산시립미술관 10월4일까지

문지영 작가의 ‘엄마의 신전 Ⅰ’(2018년).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문지영 작가의 ‘엄마의 신전 Ⅰ’(2018년).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엄마의 신전엔 종교의 구별이 없다. 부처 예수 마리아 때로는 무속신이 번갈아 자리를 지킨다. 누군가는 그녀의 ‘기복’을 비과학적이라 매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와 구조의 결함을 떠안은 누군가에게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처절하고 단단한 몸부림이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전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시장 한 곳에 100개의 물그릇이 놓여 있다. 그릇 앞에는 화난 듯 강하게 그은 붓 터치가 눈에 띄는 ‘엄마의 신전’ 회화 연작이 걸렸다. 애틋하고 처절하며 때로는 ‘징글징글’한 엄마의 열망을 담은 문지영 작가(37)의 작품이다.

지난달 2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가족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시각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을 ‘고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엄마와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동생의 상태가 장애인 줄 모르고 해결책도 알지 못해 끊임없이 헤매고 다녔다. 결혼을 하고 나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작가는 그것이 사회적 문제임을 깨달았다.

그 마음을 되돌아보며 작가는 오래된 가족사진을 캔버스에 옮긴다. 어릴 때 법당에서 찍은 사진은 붉게 물들었다. 때로는 너무나 맹목적이어서 두려운 엄마의 염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예술을 개념으로 접근한 사변적 작품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다. 이런 가운데 작가가 몸으로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형 언어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젊은 시각…’전은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1999년 3월 시작해 60여 명을 소개해 온 전시다. 이번 전시는 권하형 노수인 유민혜 하민지 한솔 작가를 함께 소개한다. 10월 4일까지.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문지영 작가#엄마의 신전#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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