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작심 비판…“국민 투표권을 좌절시키는 권력자”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31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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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루이스 전 하원의원 장례식 추모사에서 밝혀
장례식 불참 트럼프는 '대선 연기' 트윗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전 하원의원 장례식 추도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이날 추도사에서 트럼프란 이름을 한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심지어 11월 대선 연기까지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을 흑인은 물론 미국 국민들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인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CNN 등에 따르면, 루이스 전 하원의원의 장례식은 3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는 에버니저 침례교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고령인데다가 건강상 문제로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사당에 루이스 전 의원의 시신이 안치됐을 당시에도 조문조차 하지 않았다.

고인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와 함께 평생을 흑인 민권운동에 헌신해온 인물로, 특히 1965년 3월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흑인 투표권을 주장하며 이른바 ‘셀마행진’을 이끌어 무장경찰들로부터 무자비한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그는 두개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미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고, 이는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서명한 ‘투표권법’으로 이어졌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추도사에서 “존 루이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흑인 대통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루이스는 미국 역사상 그 누구 보다도 이 나라가 가장 높은 이상들을 향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있게 만들었다”며 “그는 좀더 완전하고 공정하며 좋은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격찬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흑인)는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통 안에 든 젤리사탕 숫자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을 꺼냈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것은 1870년이었지만, 남부지역의 대다수 주 정부들이 투표하려는 흑인들에게 투표세(Poll Tax)를 내게 하고, ‘문맹검사’를 한다며 사탕 숫자를 알아맞추게 했던 과거를 지적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데도, 선거를 하려는 국민들을 좌절시키려는 권력자들이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투표소를 폐쇄하고, 소수 인종과 학생들에게 제한적 신분법을 적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외과적 정확성으로 우리의 투표권을 공격하고,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아프지 않게 하는 우편투표(의 신뢰성)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이 열리기 불과 수 시간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보편적인 우편 투표(바람직한 부재자 투표가 아닌)를 하면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하고 부정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적절하게 안심하면서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한다면???”이라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오바마는 “좀더 나은 미국을 만들기 위해 , 좀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투표) 의무를 피하지 말고, 기쁨과 인내로 책임을 품으며 우리가 사랑하는 공동체를 발견하자”면서 “우리는 혼자 걷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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