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총장 권한 분산”… 檢개혁위 권고안 적극 수용 의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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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 주체는 총장 아닌 검사”… 참여연대 “되레 장관에 권한 집중”
법조원로 “고검장은 외풍 못막아”… 내일 檢고위간부 인사 앞두고
윤석열 측근 조상준 차장검사 사의… 법무부, 尹의견 청취 움직임 없어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변호사)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법무부가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라며 개혁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28일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 수사 지휘체계 다원화 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개혁위 권고안 등을 참고해 심층적인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개혁위 권고에 대해 이틀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진보 시민단체들도 “검찰 독립성 침해” 반대

법무부가 개혁위의 권고에 동조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과 원로 법률가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자는 개혁 취지와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부여하고, 인사권까지 강화하자는 제안”이라며 “생뚱맞고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논평에서 “권고안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한다. 이런 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개혁의 장기적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법률가들도 우려를 표했다. A 전 검찰총장은 “이번 권고안은 장관이 수사를 장악하겠다는 ‘장관의 총장화’로 볼 수 있다”며 “고검장은 최종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권력자의 구미에 맞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 전 검찰총장도 “역대 총장들은 외풍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마지막 공직이라는 불문율이 있다. 승진 후보군인 고검장에게 수사지휘를 맡긴다는 건 이 틀을 다 깨버리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검사들은 살아있는 권력자를 상대로 한 수사에서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던 총장의 역할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검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 바람막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대검 기능 전환 위해 직제 개편도 검토

이르면 30일 단행될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는 6개월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배제했던 인사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이틀 앞둔 28일까지 윤 총장에게서 인사 관련 의견을 듣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개혁위가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검찰인사위에 서면 제출할 것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 이번 인사가 첫 시범 케이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는 대검 업무의 허리 역할을 하는 기획관·정책관·선임연구관 등 일부 직위를 없애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보직은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간부가 맡아왔는데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검경수사권 조정 취지에 따라 인력을 줄인다는 것이다. 대검 과장 및 연구관 자리 일부를 공석으로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혁위가 전날 권고안에서 대검의 역할에 대해 “개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부서가 아니라 정책 기능과 일반적 수사지휘 기능을 강화하고 형사사법 행정을 감독하는 부서 등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치다.

인사위 개최를 앞두고 검찰 고위 간부의 사퇴가 잇따르면서 이번 인사의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의 측근 참모였던 검사장급의 조상준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는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11자리로 늘어났다.

신동진 shine@donga.com·고도예 기자
#법무부#검찰총장 권한 분산#검찰 개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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