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의대 증원… 10년 의무복무 ‘지역의사’ 3000명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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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부터 10년간 4000명 늘려… 역학조사관-외상 전문가 육성
서남대 활용 공공의료대학원 신설, 의협 강력 반발… 병원협회는 환영

현재 고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400명 늘려 10년간 총 4000명을 추가 선발하는 의대 정원 증원안이 발표됐다. 2006년부터 3058명에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이 16년 만에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31학년도까지 매년 3458명의 의대생을 선발하게 된다.

○ 지역의사는 10년간 ‘의무 복무’

늘어난 400명 중 300명은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재학 중 장학금을 받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전공의 수련기간 포함)은 반드시 지역병원에서 중증·필수의료에 종사해야 한다. 개인병원 개업도 금지다. 규정을 어기면 면허가 박탈되고 장학금도 환수된다. 나머지 100명은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 분야(50명)와 기초과학·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50명)로 나눠 선발한다.

공공의대도 신설된다. 2018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만큼 신입생을 뽑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질병 역학조사관, 감염내과 전공의와 같이 국가 공중보건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의무사관학교’ 역할을 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생은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원받는 대신에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해야 한다. 정부는 올 12월 관련 입법을 마치고 내년 5월 입시요강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공공의대는 2024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의료기관 종사자 기준) 수는 한국이 2.4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4명)에 못 미친다. 서울 3.1명, 경북 1.4명 등(2019년, 한의사 제외) 지역 간 불균형도 심하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정책이 자리를 잡으려면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말고 적절한 수가와 지역근무에 따른 혜택, 네트워크 확충 등 지역 의료체계 개선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찬반 엇갈린 의료계

총파업까지 경고한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적·일방적 의사인력 증원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니고 배치”라며 “지역·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지역 인프라를 다지지 않고 인력만 증원해서는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8월 14일이나 18일 전국 의사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병원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 간호사 같은 필수 인력을 구하지 못해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대학입시 때 의학계열 선호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맘카페 등 학부모 커뮤니티는 종일 들썩였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학부모 A 씨는 “학부모 중 상당수는 자녀의 의대 진학을 꿈꾸는데, 정원이 늘어난다니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 38개 의대의 신입생 모집인원이 평균 78명임을 감안하면 이번 정원 확대 조치는 의과대학 5개가 새로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입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수연·이소정 기자
#의과 대학교#정원#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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