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서도 “유충 발견”… ‘수돗물 공포’ 전국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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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국 정수장 484곳 긴급점검
서울시, 수거한 유충 유전자 검사
“신고된 수돗물선 유충 발견 안돼… 수도관 아닌 곳서 유입 가능성”
당국 “인천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제조단계서 유입될 가능성 낮아”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경기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수돗물 사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경 중구 한 오피스텔 주민이 샤워를 마친 뒤 “욕실 바닥에 1cm 길이의 유충 한 마리가 기어 다닌다”고 신고했다. 서울시는 수거한 유충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충 발견 신고가 들어온 오피스텔 등 9곳의 수돗물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는데 이물질이나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도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유충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관리소장은 “한 달 전에도 비슷한 벌레가 발견됐으며 배수구에 물이 고여 있던 곳에서 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수돗물 유충 논란은 인천에서 처음 나왔다. 9일 서구의 한 빌라 주민이 “수돗물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신고한 이후 부평구 계양구 강화군 등에서도 민원이 잇따랐다. 지금까지 인천에서 유충으로 확인된 신고만 166건에 이른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 활성탄여과지에서 벌레가 알을 낳았고, 여기서 나온 유충이 수도관을 따라 가정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도 공촌정수장과 가정집에서 발견된 유충은 같은 종인 ‘등깔따구’인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인천을 제외하고는 유충이 수돗물 제조 단계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인천은 활성탄여과지에 밀폐시설을 갖추지 않아 유충이 서식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충이 발견된 곳은 대부분 아파트나 낡은 주택의 세면대, 싱크대, 욕실 등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석지고 습한 장소에서 벌레가 서식하기 쉽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14∼19일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의심 신고가 11건 접수됐다. 실제 유충으로 확인된 것은 4건이고, 이 중 깔따구 유충은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기 유충과 파리 유충이었다.

경기 지역에 접수된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는 21개 시군 94건이다.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세면대에서 움직이는 유충을 봤다” 등 모두 2건의 의심 신고가 들어왔는데, 나방파리로 확인됐다. 안양에서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아파트 배수구에서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실지렁이였다.

충북 청주에서는 19, 20일 맘카페에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현장 조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정수장이나 배수지에서 유충이 유입된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지자체의 해명에도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자 정부는 정수장 484곳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같이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환경부가 지자체에 배포한 ‘수돗물 수질민원 대응 매뉴얼‘에는 민원 대응 체계와 점검 사항들은 담겨 있으나 유충 등 벌레가 발견됐을 때의 대응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은지 / 부산=조용휘 기자
#수돗물 유충#서울#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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