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美中 갈등 심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4일 1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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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완전히 불법”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및 군사력 강화를 추진해온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메시지에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미중 갈등 수위가 다시 치솟을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이 남중국해를 지배하려고 (역내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며, 방해받지 않는 상업 흐름을 유지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강압이나 무력을 사용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중국해의 공유된 이익이 중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은 이 지역에 자신들의 의사를 강요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들의 해양 제국처럼 다루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및 전략적 해상운송로 확보를 위해 이 지역의 영유권 주장을 밀어붙여왔다. 영해라고 주장하는 구역은 남중국해의 80%에 이른다. 중국은 이 지역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일방적으로 그어놓고 스프래틀리 군도(난사군도)에 인공섬까지 만드는가 하면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 내용은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성명은 단순히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베트남의 ‘뱅가드만’과 말레이시아의 ‘루코니아 암초’, 브루나이의 배타적 경제수역 등에 대한 각국의 권리를 일일이 거론하며 이들 국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이날 성명에 대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서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전쟁권(jus ad bellum)의 법적인 근거를 조용히 닦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남중국해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법에 기반한 각국의 주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한 군사력 강화를 위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해양안보 이니셔티브(MSI)’를 통해 3억96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은 4월과 5월 연달아 이 일대에 B-1 전략폭력기 같은 전략자산을 전개했고, 중국의 인민해방군 훈련에 맞대결이라도 하듯 4일 남중국해에서 동시에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당시 이례적으로 니미츠함과 로널드레이건함 등 2개 항공모함을 동시에 투입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성명은 중국이 마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 및 국무부 고위인사 4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앞서 미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에 관여한 중국 관료들에 대한 미국 입국 금지 및 자산동결 등 제재를 단행하는 등 미중이 제재 및 비난 성명으로 치고받기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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