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안한’ 외대 학생들, 재시험 보이콧…“우린 무슨죄”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5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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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들 "우린 커닝 안했는데"…반발
담당교수, 재시험 날짜 3개 투표에 부쳐
"재시험 진행 등 학생과 논의 안해" 주장
"엉뚱한 대처에 선량한 학생들만 피해봐"
온라인 게시판에도 '재시험 반대' 글 올라
학교 "시험은 교수 고유권한…논의했다"

한국외국어대(외대)가 한 교양과목의 기말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정답을 공유하는 등 ‘집단 커닝’을 한 학생들을 색출해 F학점 처리하고 전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커닝에 가담하지 않은 일부 학생들이 학교 측 조치에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학생들은 해당 과목의 담당교수들이 재시험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날짜 몇개를 정한 뒤 투표를 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재시험 보이콧’을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기말고사 집단 커닝으로 논란이 된 한국외대의 한 교양과목 담당 교수들은 전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 날짜를 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교수가 투표에 올린 재시험 날짜는 오는 29일, 30일과 다음달 1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진행된 이 과목 기말고사에서 총 수강생 2000여명 중 7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정답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학교 측은 커닝한 학생들을 확인해 모두 F학점 처리를 하고 전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커닝에 동참하지 않은 학생들 대다수는 “왜 부정행위자 때문에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 “학생들과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면 되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전체 재시험에 반대하고 있다.

이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한국외대 학생 A씨는 “교수 측의 엉뚱한 대처에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선량한 학생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며 “교수들은 집단커닝 채팅방에 들어갔던 학생들 명단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그럼 부정행위자만 따로 처벌하면 되지 왜 선량한 학생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재시험을 보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과목은 예전 중간고사에서도 부정행위 사태가 있었는데, 이 때도 교수들은 커닝한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재시험과 서술형 문제 추가, 과제 지시 등의 대처 방안을 내놨다”며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만 중간고사·기말고사·서술형 기말고사 등을 포함해 총 7번의 시험과 과제를 한 상태”라고 했다.
이 과목의 경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지난 중간고사 때도 일부 학생들이 커닝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후 담당교수는 이번 기말고사 전 학생들에게 “커닝을 하다 적발될 경우 학생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문제 유형을 바꾸고 서술형도 추가하겠다” 등의 공지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 E-클래스 웹페이지 등에서는 A씨 뿐만 아니라 커닝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다른 학생들도 재시험에 반대하는 입장 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뉴시스가 해당 교양과목의 질의응답 게시판을 확인해본 결과, ‘표절 의심 학생 대상으로만 재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고려해주세요’, ‘1500여명의 학생들 의견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재시험은) 핑계고 기만이다’ 등 제목의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한 수강생은 게시글에 “재시험 실시 찬반 투표를 실시해달라. 1500여명의 수강생 의견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재시험을)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이곳이 북한입니까?”라고 적었다.

학생들은 이 교양과목의 교수들이 집단 커닝에 가담한 학생들 명단을 실제로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명단을 확보했다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된 학생들만 처벌하면 되는데, 교수들이 관련 명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 재시험을 결정했다는 것이 학생들의 시선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담당교수들이 독단적으로 재시험을 결정한 것은 아니고, 집단커닝 발생 직후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학교 측과도 논의를 거쳤고, 학장 및 교무처장과도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업과 시험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고, 이번에 집단커닝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교수들이 빠르게 대책회의를 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교수들이 커닝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도 재시험 진행 여부 등을 논의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이 안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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