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재택근무 시작하면 ‘출근 알림’… 생얼을 화장한 얼굴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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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시대 혁신 이끄는 中기업
딩딩, 출근기록부-메이크업 앞세워… 선두 위챗 제치고 다운로드 1위로
틱톡, 글 편집-결재 쉽게 개선 등… 기업 니즈 맞춰 순발력 있게 대응

알리바바의 리모트워크 플랫폼 딩딩의 화장 서비스. 화장 기능 버튼을 클릭하면 민낯을 화장한 얼굴로 꾸며준다. 사진 출처 알리바바 딩딩 홈페이지
알리바바의 리모트워크 플랫폼 딩딩의 화장 서비스. 화장 기능 버튼을 클릭하면 민낯을 화장한 얼굴로 꾸며준다. 사진 출처 알리바바 딩딩 홈페이지
중국에서는 이미 ‘리모트워크(원격근무)’ 인구가 3억 명을 넘어섰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메이(艾媒)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올 2월 기준 1800만 개 기업에서 직원 3억 명 이상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 상황에서 중국 거대 정보기술(IT) 공룡인 알리바바의 딩딩과 텐센트의 위챗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또 한번 선두 다툼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메신저 기능만 놓고 보면 텐센트의 위챗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최근 그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딩딩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올 2월 딩딩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는 위챗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70위권에 머물러 있던 딩딩을 단숨에 1위로 올려준 기능은 바로 ‘위치 기반 출근기록부’다. 중국에서 ‘다카(打잡)’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카드를 찍는다’는 뜻으로, 출근기록을 뜻한다. 원래는 집에서 나와 회사로 출근하는 동안 회사 반경 1km 이내에 들어오면 자동 출근 처리가 되는 서비스였는데 감염병 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가정에서 근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됐다.

물론 직원 만족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재택근무 중이라면 자연스레 푸석푸석한 민낯으로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하지만 딩딩의 ‘메이크업(美顔)’ 기능을 누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서비스는 단숨에 직장 여성들을 사로잡았고, 딩딩 이용자들이 화장 기능을 누른 후 회의에 참석한 모습을 캡처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우리에게 ‘틱톡(TikTok)’으로 친숙한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업계 후발주자지만 수평적이고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를 기업용 메신저 ‘페이수(飛書·Lark)’에 담았다. 이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젊은이들을 겨냥한 메신저라 할 수 있다. 특히 페이수의 ‘원페이지’ 기능은 클라우드 문서 작성 공간에 프로젝트명을 적고 담당자들을 초대하면 누구나 글을 편집하고 결재할 수 있다. 대리가 작성한 기안을 과장이 검토하고, 차장, 부장을 거쳐 임원까지 가는 기존의 보수적인 결재 문화를 바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원격근무 관련 시장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3강 구도로 원격근무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속 혁신’은 감염병 유행 이후 갑자기 생긴 현상은 아니다. 각 기업이 과거부터 꾸준히 시장을 조사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었다.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CKGSB) 한국사무소장 madiyoo@ckgsb.edu.cn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원격근무#리모트워크#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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