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日교수의 2500억원 특허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분자면역학 권위 혼조 교수
항암제 만든 제약회사 상대
“못받은 돈 달라” 소송 내기로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와 제약회사 간에 암 치료제 특허 대가를 놓고 2500억 원대의 소송이 진행되게 됐다. 거액의 송사의 주인공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다스쿠(本庶佑·78·사진) 일본 교토대 특별교수(분자면역학 전공)와 제약회사 오노약품공업이다.

혼조 교수는 분자면역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암(癌)을 극복하는 면역 기제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올 4월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를 닌자(忍者)에 비유하며 “유전자 증폭(PCR) 검사 실시 확대, 최소 1개월 이상 외출 자제 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혼조 교수와 오노약품은 처음에는 협력 관계였다. 혼조 교수는 1992년 ‘PD1’이란 단백질이 암 치료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노약품은 혼조 교수의 연구 결과를 독점 사용하기로 하는 대신 매출액의 0.75%를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오노약품은 2014년 마침내 PD1을 억제하는 약품 ‘옵디보’를 출시했다. 이 약품은 최초로 암이 발생한 장기가 어디인지 몰라서 치료가 어려운 ‘원발 부위 불명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약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옵디보는 지난해 1682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오노약품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이 된 것이다.

혼조 교수와 오노약품의 관계가 틀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오노약품과 미국 제약업체 머크 간에 벌어진 소송과 관련이 있다. 2014년 옵디보를 출시할 때 오노약품은 ‘머크가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2017년 두 회사는 재판부의 중재로 화해했다. 혼조 교수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소송을 지원하면서 승소액의 40%를 받기로 했지만 화해금의 1%만 받았다”며 “오노약품을 상대로 226억 엔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받지 못한 39%에 해당하는 돈이 226억 엔이란 뜻이다.

근본적으로는 연구 결과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0.75%를 지급하기로 한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게 혼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제약사 측이 부정확하게 설명해 낮은 액수로 계약했다”며 줄곧 변경을 요구했다. 혼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소송을 낼 예정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분자면역학#혼조 교수#항암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