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흙길-아담한 호수 등
자연환경 살린 10km 트레킹 코스
높낮이 적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6월은 호국보훈의 달. 6월 중 하루쯤은 시간 내어 자녀 가족들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그중에서도 현충원 주변에 조성된 10km에 이르는 보훈둘레길은 그 길을 그냥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흔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1985년 조성된 국립대전현충원은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 6·25전쟁 때 희생된 호국영령, 그리고 독재정권에 맞서다 희생된 민주열사, 순직 공직자 등 수많은 영령이 영면하고 있는 곳. 묘역과 함께 참배를 드리는 현충탑과 현충문, 각종 호국사진과 유품을 전시한 호국관, 군 전투 장비를 전시한 야외전시장 등으로 이뤄졌다. 현충문의 현판 글씨는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필체에서 안중근 의사 필체로 현판이 교체됐다.
2017년 완공된 현충원 둘레길은 울창한 숲과 호젓한 흙길, 아담한 호수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트레킹 코스다. 빨강길(1.4km) 주황길(1.3km) 노랑길(1.4km) 초록길(2.2km) 파랑길(0.84km) 쪽빛길(1.4km) 보라길(1.5km) 등 7개 코스로 조성돼 있다. 그 주변에 설치된 호국영령 기념 시설들은 숙연함을 준다.
둘레길 주변의 호국철도기념관에서는 고 김재현 기관사의 6·25전쟁 영웅담을 만날 수 있다. 1950년 7월 20일 대전 시내에서 북한군과 맞서 싸우던 미군과 한국군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투 중이던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김 기관사는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 특공대원 33명을 태운 증기기관차를 몰고 충북 영동에서 대전역으로 내달렸다. 이 일행은 적의 수중에 떨어진 대전에서 한동안 딘 소장을 찾아 헤맸다. 작전은 실패했고 김 기관사는 적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하지만 세계 전사에서 찾기 힘든 ‘기관차 구출작전’이란 이름으로 남았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됐다가 정전협정 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다.
현충원에는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의사자 등의 묘역이 있다. 대나무 숲길엔 독립투사들의 어록이 기록돼 있다. 손기정 선수의 묘소와 천안함 46용사 묘역, 연평해전 및 연평포격 도발 희생자의 묘역도 있다. 순직 공무원 묘역에서는 양승진, 유니나 선생님 등 세월호 교사 10명의 묘역도 보인다.
둘레길은 울창한 숲길과 정겨운 흙길이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어린이와 노약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쉼터도 마련돼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열린 현충원, 편안한 현충원을 추구한다. 경건한 복장이 아니어도 좋다. 편안하게 걷고 느끼면 된다. 언제나 환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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