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걸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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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흙길-아담한 호수 등
자연환경 살린 10km 트레킹 코스
높낮이 적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국립대전현충원 주변 10여 km 구간에 조성된 보훈둘레길이 새로운 걷기 명소로 떠올랐다.이기진 기자
국립대전현충원 주변 10여 km 구간에 조성된 보훈둘레길이 새로운 걷기 명소로 떠올랐다.이기진 기자
6월은 호국보훈의 달. 6월 중 하루쯤은 시간 내어 자녀 가족들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그중에서도 현충원 주변에 조성된 10km에 이르는 보훈둘레길은 그 길을 그냥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흔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1985년 조성된 국립대전현충원은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 6·25전쟁 때 희생된 호국영령, 그리고 독재정권에 맞서다 희생된 민주열사, 순직 공직자 등 수많은 영령이 영면하고 있는 곳. 묘역과 함께 참배를 드리는 현충탑과 현충문, 각종 호국사진과 유품을 전시한 호국관, 군 전투 장비를 전시한 야외전시장 등으로 이뤄졌다. 현충문의 현판 글씨는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필체에서 안중근 의사 필체로 현판이 교체됐다.

2017년 완공된 현충원 둘레길은 울창한 숲과 호젓한 흙길, 아담한 호수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트레킹 코스다. 빨강길(1.4km) 주황길(1.3km) 노랑길(1.4km) 초록길(2.2km) 파랑길(0.84km) 쪽빛길(1.4km) 보라길(1.5km) 등 7개 코스로 조성돼 있다. 그 주변에 설치된 호국영령 기념 시설들은 숙연함을 준다.

둘레길 주변의 호국철도기념관에서는 고 김재현 기관사의 6·25전쟁 영웅담을 만날 수 있다. 1950년 7월 20일 대전 시내에서 북한군과 맞서 싸우던 미군과 한국군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투 중이던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김 기관사는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 특공대원 33명을 태운 증기기관차를 몰고 충북 영동에서 대전역으로 내달렸다. 이 일행은 적의 수중에 떨어진 대전에서 한동안 딘 소장을 찾아 헤맸다. 작전은 실패했고 김 기관사는 적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하지만 세계 전사에서 찾기 힘든 ‘기관차 구출작전’이란 이름으로 남았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됐다가 정전협정 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다.

현충원에는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의사자 등의 묘역이 있다. 대나무 숲길엔 독립투사들의 어록이 기록돼 있다. 손기정 선수의 묘소와 천안함 46용사 묘역, 연평해전 및 연평포격 도발 희생자의 묘역도 있다. 순직 공무원 묘역에서는 양승진, 유니나 선생님 등 세월호 교사 10명의 묘역도 보인다.

둘레길은 울창한 숲길과 정겨운 흙길이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어린이와 노약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쉼터도 마련돼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열린 현충원, 편안한 현충원을 추구한다. 경건한 복장이 아니어도 좋다. 편안하게 걷고 느끼면 된다. 언제나 환영한다”고 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현충원#호국보훈의 달#국립대전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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