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년 만의 최저 가동률… 제조업 추락 코로나 탓만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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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내놓은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올 4월 제조업 월평균 가동률이 68.6%로 전달에 비해 5.7%포인트나 감소하면서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생산이 15.6%, 자동차 생산이 13.4%나 줄었다. 코로나19 피해 여파가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본격적으로 번져 나가는 양상이다.

한국 제조업의 하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연간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9%로 1998년 이후 최저치였다.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인 ‘제조업 생산능력’도 2018, 2019년 2년 연속 줄었다. 제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던 참에 올해 코로나19까지 덮쳐 추락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한국을 세계 제조업 4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그 방안으로 “신산업 육성과 규제혁신, 혁신인재 양성으로 U턴 투자를 더욱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신산업 육성, 규제혁신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해외 기업 U턴 투자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고 국내 기업들조차 기회만 되면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추세다. 코로나19 여파가 오래 지속되고 한국과 수요·공급망이 치밀하게 엮여 있는 미중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당분간 제조업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쟁력 강화도, 일자리 창출도, 친노동정책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살리기에 대한 해법은 충분히 논의돼 왔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각종 규제는 적어도 경쟁국들 수준만큼이라도 풀어야 한다. 신산업 진입에 대해서는 산업의 미래와 국민 편익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들이 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면서 약속한 것들의 일부만 구체적인 실천에 옮겨도 더 이상의 제조업 추락을 막을 수 있다.
#4월 산업활동동향#코로나19#제조업#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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