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몸값 높이기’… 대선 앞둔 트럼프에 ‘협상 나서라’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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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위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강조

22일 만에 나온 북한 매체의 공개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4일 회의 사진 13장을 공개하며 “자위적 국방력을 급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편성해 위협적인 외부 세력들에 대한 군사적 억제 능력을 더욱 완비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22일 만에 나온 북한 매체의 공개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4일 회의 사진 13장을 공개하며 “자위적 국방력을 급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편성해 위협적인 외부 세력들에 대한 군사적 억제 능력을 더욱 완비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북한이 24일 밝힌 것은 북-미 대화에 관심이 떨어진 워싱턴을 압박하고 한국의 최근 유화 제스처에도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말 공언한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 임박한 듯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당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혁명 발전의 관건적 시기에 조성된 대내외 정세 속에서 국가방위력과 전쟁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해야 할 필수적 요구” 등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전략무력의 고도의 격동 상태 운영’이라는 두 가지 액션플랜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것이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은 “세상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뒤이어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올해 내내 북핵 관련해선 ‘로키’를 유지하다 핵 도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미국 대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미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노렸다는 것이다. 북한이 기습적인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북한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쏟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4일 발표로) 북한 도발이 임박했는지는 확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양보하고 비핵화 협상판에 나서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코로나19와 연계된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나 북한은 이날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핵단추를 다시 만지작거리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가 보장되지 않는 대화판에는 나설 생각이 없다는 것. 문재인 정부 5·24조치의 사실상 해제를 골자로 한 최근의 대북 대화 제스처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게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지금 상태라면 미국과의 대화에 연연하지 않고 남쪽과도 실질적 의미의 접촉은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핵 메시지로 북한 내부 동요도 통제 나서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와 대북 제재 장기화 등으로 인한 북한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핵 메시지와 군 부문 강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 10일)을 앞두고 ‘정면돌파전’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 속에 군사적 키워드를 재차 들고 나왔다는 것.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지금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비롯해 보건의료, 건설, 그리고 국방건설 분야에서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주역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 총참모장을 군 차수로 승진시킨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군수공업부장을 군사위 부위원장에 앉힌 것은 지속적인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박정천 역시 재래식 무기 열세를 보강하는 포병 화력을 적극 추진하는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김정은#중앙군사위원회#확대회의#북핵#핵전쟁#억제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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