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월세 신고제, 가격급등 부작용도 살펴야 한다

동아일보 입력 2020-05-21 00:00수정 2020-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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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 계약을 하면 30일 안에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등을 시군구에 신고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하경제나 다름없던 전월세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적인 전월세 급등 같은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 전월세 정보는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해야 파악할 수 있다. 740만 임대주택 가운데 전세는 48%, 월세는 23%가량만 임대차 정보가 파악된다. 임대인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은 물론이고 임차인들도 보증금이 적으면 별 필요가 없어서, 보증금이 많으면 자금 출처 조사 등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제를 도입하면 임차인은 따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세금 탈루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매매와 달리 계약 변동이 잦은 전월세를 일일이 신고하는 데 대해 신고 주체인 부동산중개업자들이나 집주인들이 반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올랐는데, 임대소득 과세까지 급등하면 조세 저항이 강해지고 인상된 세금이 임대료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고 예고된 1989년 서울 전셋값은 전년의 3배인 24%나 급등했고, 제도가 시행된 1990년에도 16% 올랐다. 임차인 등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자칫 약자를 울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부동산 시장의 제반 여건을 살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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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기반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제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가격 인상을 5% 이내로 규제하고, 임차인이 2년 더 연장해 총 4년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이 두 제도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 이후 시장 반응을 점검한 뒤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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