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한 야쿠자가 200억 가져온다”…사기 혐의 무죄, 왜?

뉴시스 입력 2020-05-20 07:10수정 2020-05-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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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서 만난 피해자에 436만원 빌려
사기 혐의 60대에 1심은 벌금 300만원형
2심 "피고인도 속은 것 인정…범의 없었다"
결혼하기로 한 일본 야쿠자 조직원이 거액을 가져오기로 했다면서 돈을 빌려놓고 갚지 못한 60대 여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여성도 속았고, 피해자가 돈을 빌려준 이유가 다른데 있다고 봤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항소1부(부장판사 이태우)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 대해 지난 14일 원심판결인 벌금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6년 경기도 김포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지인 B씨를 통해 C씨에게 “일본 야쿠자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일본에서 200억원을 한국으로 가져오려고 한다”며 “1차로 50억원을 가져오는데 사용할 경비가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C씨는 이를 믿고 A씨 계좌로 8회에 걸쳐 총 436만원을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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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가 만나는 남성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50억원을 가져오는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에겐 별다른 재산이 없어 빌린 돈을 제때에 갚을 의사나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A씨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고,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A씨도 속았을 뿐만 아니라 C씨도 A씨가 단순히 야쿠자와 결혼해 거액을 준다는 말 때문에 돈을 빌려준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C씨는 경찰조사에서 “저는 A씨가 돈이 필요해서 계속 보낸 것이 아니라 제가 장애인인데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B씨가 절 계속 공사현장에 데리고 다닌다고 해서 계속 보내 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조사에서는 “B씨가 저를 은행에 데리고 가서 A씨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며 “3~4번째 송금할 때 B씨에게 A씨가 누구냐고 묻자 ‘다음 공사를 할 때 10억원을 지원해줄 사람’이라고 말했다. 저도 그 뒤에 A씨를 처음 봤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A씨가 만나기 전까지는 내 돈인 줄 몰랐는데 알게 됐다면서 조만간 야쿠자로부터 큰돈을 받을테니 조금만 고생하라고 했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2심 재판부는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착오에 빠뜨리고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한다.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종합해보면 A씨에게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남성 사이 장기간에 걸쳐 나눈 메시지 내용을 보면, A씨 주장처럼 결혼을 전제로 만났고 그에게 속아 돈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A씨가 C씨에게 한 말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한 말을 보면 ‘야쿠자와 결혼하는데 200억원을 한국에 가져오려한다’는 말이 돈을 빌려주게 된 직접 원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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