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같은 D램… 가격 3년만에 최대폭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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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라인 수요 늘며 값 12%↑
삼성-하이닉스 수출 실적에 청신호


《“스테이앳홈 이코노미(Stay-at-home economy·재택경제) 활성화가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의) 견조한 수요로 이어졌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1분기(1∼3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택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데이터센터 고객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는 뜻이다.》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이 3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이며 뛰어올랐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세계 D램 시장에서 7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7∼12월) 실적은 물론이고 한국의 수출 실적 견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29달러로 전월 평균 가격(2.94달러)보다 11.9%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월(35.8%) 이후 3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두 자릿수 상승 폭을 보인 것은 2017년 4월(11.88%) 이후 3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활동 증가로 PC 수요가 늘고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가 서버 투자를 대폭 늘린 것이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D램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침체에 빠진 모바일 시장의 회복 시기와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 증설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퀄컴은 2분기(4∼6월)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를 부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애플은 “중국 내 생산활동 및 판매가 거의 정상화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집콕 경제’ 반도체의 기지개 ▼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시장 활성화에 D램값 4개월 연속 올라

한 전무는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여가, 교육활동 등 미래 사회 모습으로 그려졌던 것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층 빠르게 소비자 일상으로 확대됐다”고 했다.

4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평균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3.29달러로 전달 대비 11.9% 상승했다. 서버용 D램(DDR4 32GB)은 143.15달러로 전달 대비 18% 올랐다.

반도체 업계는 이례적인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재택경제의 활성화’를 꼽고 있다. 오프라인 소비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대신에 온라인 교육, 원격근무, 화상회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게임, 쇼핑 등 비대면 소비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PC와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D램은 낸드플래시와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정보기술(IT) 기기 주 기억 장치로 주로 쓰이는 D램은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해 PC와 서버에 주로 쓰인다. 반영구적으로 저장이 가능해 메모리카드, USB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는 4월 평균 가격이 4.68달러로 3월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말부터 매달 하락세를 보였던 D램 고정거래 가격이 올해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글로벌 D램 시장을 압도적 시장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만의 IT 전문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올해 2분기(4∼6월) 글로벌 노트북PC 수요가 1분기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3월에 노트북PC, 데스크톱, 태블릿 등의 수요가 50%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데이터 트래픽도 함께 늘어 북미 클라우드 업계로부터 서버용 D램 추가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로 가속도가 붙은 ‘디지털 전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상회의, 원격근무가 증가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을 통해 가정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사회적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D램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에서 “서버는 다른 제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 리스크가 낮고 스트리밍 서비스, 비대면 업무환경 지원 등에 따른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 추이와 맞물려 수요가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일 dong@donga.com·허동준 기자
#디램#메모리반도체#코로나19#가격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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