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아직 없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5-04 03:00수정 2020-05-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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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개 바이러스 게놈 분석
29일까지 분석된 3900개 게놈을 바탕으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전 세계 확산을 시각화한 그림이다.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며 다양한 변이가 등장함에 따라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현재까지 변종은 출현하지 않았다. 넥스트스트레인 화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바이러스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바이러스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감염력이나 치명률이 올라간 악성 변종이 출현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 특성과 구조 정보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최근까지 수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900개 게놈 정보 모아 ‘역학 정보’ 따져 10개 계통군 나눠


감염병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 4월 29일 오후까지 공유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게놈 해독 데이터는 1만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바이러스 추적 국제 프로젝트인 ‘넥스트스트레인’이 분석한 게놈 3900개 정보를 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 퍼진 바이러스는 10개의 계통군으로 나뉜다. 계통군에는 A1a, A2, A2a, A3, A6, A7, B, B1, B2, B4의 이름이 붙어 있다. A가 붙은 계통군은 주로 유럽에서, B가 붙은 계통군은 주로 아시아에서 왔다는 특징을 지닌다. 일부에선 이런 계통군을 보고 바이러스의 변종이 등장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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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계통군이 바이러스의 변종을 나타내거나, 곧 변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장혜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어디로 감염됐는지 나타내는 역학적 의미만 가질 뿐”이라며 “계통상 아무리 멀어도 같은 항체를 유지하는 등 특성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상무이사 역시 “인위적으로 내린 역학적 구분일 뿐 바이러스 기능이나 임상 측면에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만 A1a와 B의 2개의 계통군이 보인다. 한국은 이 프로젝트에 이날까지 모두 34개의 게놈 정보를 제공했다. B형은 아시아 쪽을 기원으로 하고 있고 A1a는 유럽에서 왔다는 것을 뜻한다. 넥스트스트레인의 분석 결과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하태훈 미국 코넬대 의대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A1a는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병원에서 온 데이터”라며 “미군이나 미군 관련 종사자에 의한 지역 감염이 일부 있었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변이 자체는 대부분 영향 없어…‘변종’과도 무관


변이는 유전물질을 지닌 모든 생명체가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부분 발생해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변종 출현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피해야 할 이유다.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로 이뤄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평소에도 1년에 약 26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년에 약 50개의 변이가 발생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다른 RNA 바이러스에 비해서는 적지만, 더 안정적인 DNA를 게놈으로 갖는 다른 바이러스나 동식물, 세균보다 변이가 많다.

하지만 변이가 발생해도 대부분은 변종 바이러스 출현과는 관련이 없다. 김 이사는 “변이가 나타나면 대부분 바이러스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며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바이러스를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변종 출현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감염력 강하다는 L유형, 확인해보니 근거 없어

일부 돌연변이가 바이러스에 이로운 영향을 미칠 경우 그 바이러스가 널리 증식해 나중에 변종이 될 수 있다. 넥스트스트레인이 분석한 게놈 비교 결과를 보면 다른 염기서열을 지닌 바이러스가 증식해 유독 다양성이 높아진 염기서열 부위가 12개 정도 보인다. 예를 들어 오픈리딩프레임(ORF)1b라는 이름이 붙은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에서 314번째 아미노산을 보면 바이러스 중 약 60%는 류신(L)을 아미노산으로 갖지만, 40%는 프롤린(P)이다. 만약 이 차이가 바이러스 감염력 등 특징을 바꾸면 변종 출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장 연구위원은 “항체 형성과 관련이 있으며 감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일어나는 경우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스파이크 단백질은 중요성 때문에 구조도 널리 알려져 있고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흥미로운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때 언론 보도를 통해 화제가 됐던 변종 출현 관련 연구는 신빙성이 부족하다. 중국 연구팀은 3월 “전 세계 바이러스가 S유형과 L유형으로 나뉘며 이 가운데 L유형이 늦게 나타났지만 감염력이 강하고 공격적이라 더 빨리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ORF8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의 84번째 아미노산이 류신(L)과 세린(S)으로 나뉘는데, 이 차이가 바이러스 특성에 차이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장 연구위원은 “사실이라면 L유형 바이러스의 비율이 늘어야겠지만 현재까지는 큰 변화 없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감염력에 차이가 없다는 게 대부분의 세계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코로나19#유전자 변이#게놈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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