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좌석 예약 누르자 전후좌우 좌석에 ×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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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방역작업 직접 해보니

코로나19의 여파로 영화관도 철저한 방역이 기본이 됐다. 기자가 상영관에 입장하면서 체온 측정을 받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게 띄엄띄엄 앉아 영화 관람을 한 뒤 상영관 내 방역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시네큐브 제공
코로나19의 여파로 영화관도 철저한 방역이 기본이 됐다. 기자가 상영관에 입장하면서 체온 측정을 받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게 띄엄띄엄 앉아 영화 관람을 한 뒤 상영관 내 방역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시네큐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적잖다. 식당을 찾기보다는 배달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고, 공연장 대신 온라인 연주회를 즐기는 식이다. 다행히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 현장들을 직접 둘러보며 준비 상황을 체험해봤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은 조용했다. 티캐스트에서 운영 중인 씨네큐브는 올해 개관 20년을 맞은 예술영화 전문 상영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기복 없이 꾸준히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강지형 티캐스트 영화사업팀 과장은 “3월에 관객 수가 평소 대비 80% 정도 줄었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라며 “소독을 강화하고 영화 상영 횟수를 하루 13회에서 8회로 줄여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계의 피해는 심각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3월 관객 수는 18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84만 명)의 12.5%로 쪼그라들었다. 2004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도입한 뒤 월별 관객 수로는 최저 수준이다. 매출액도 152억 원으로, 작년 3월(1114억 원)의 12.0% 수준에 불과하다.

○ 좌석 구입 때부터 안전거리 유지 고려

이 극장은 2개 상영관에서 매회 다른 작품들을 틀어준다. 기자가 찾은 시간 상영작은 ‘라라걸’(원제 Ride Like A Girl). 호주 경마대회 멜버른컵에서 2015년 여성 최초로 우승한 미셸 페인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관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객을 맞이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손소독제와 체온계가, 건물 1층 로비에는 열 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극장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을 체크하고 있었다.

발권 창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창구 앞 모니터에 좌석을 지정하자, 주변 좌석은 ‘X’자가 표시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주변 좌석을 팔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른바 ‘4중 안전 좌석 다이아몬드’ 시스템으로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 가능한 좌석 수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씨네큐브 1관은 290석 중 145석만, 2관은 70석 중 35석까지만 판매하는 셈이다. 씨네큐브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될 때까지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영관을 찾아가자 입구에 선 직원이 검표와 함께 체온을 측정했다. “36.5도입니다, 정상이네요”라는 인사말을 겸한 안내를 한 뒤 손소독제를 손에 듬뿍 발라준 뒤 입장해도 좋다는 사인을 준다.

기자를 포함해 모두 다섯 명뿐인 관객들은 당연하다는 듯 띄엄띄엄 앉았다. 강 과장은 “두 명 이상이 같이 표를 구입하더라도 가능하면 따로 앉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일부 연인을 빼고는 대부분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영화를 관람했다. 주인공이 역경과 성차별을 딛고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하는 극적인 순간에도 객석은 조용했다. 그 대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 역동적인 영상이 주는 몰입과 감동은 평소보다 컸다.

○ 매일 휴식시간마다 뿌리고 닦기를 반복

오후 1시,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퇴장하자 직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다음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20분 동안 상영관 소독과 청소 등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2명이 한 조가 돼 작업을 맡는다. 이날은 기자까지 가세해 3명이 움직이기로 했다. 소독 작업을 맡은 기자는 흰색 방호복까지 갖춰 입고 현장에 투입됐다. 비닐장갑을 끼고, 소독액이 담긴 휴대용 소독 장비를 들고 관객이 앉았던 자리를 찾아 해당 좌석과 주변에 골고루 소독약을 뿌렸다. 앞 열부터 맨 끝 열까지 오물을 수거하고 소독액을 묻힌 물티슈로 상영관 내 전체 좌석을 빠짐없이 닦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마쳐야 하는 작업량은 적잖았고, 끝날 때쯤엔 이마에 땀이 맺혔다. 씨네큐브는 영화가 끝날 때마다 이 같은 청소와 간이소독을 하고, 당일 마지막 회 상영이 끝나면 다시 상영관 전체 소독을 진행한다. 또 매주 한 번씩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특수 방역도 한다.

씨네큐브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특별한 콘텐츠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오드리 헵번 회고전, 가능성 있는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씨네프×씨네큐브와 함께하는 인디피크닉 2020’이다. 강 과장은 “올해는 씨네큐브가 문을 연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의미 있는 이벤트를 기획 중인 만큼 관객들이 기대해도 좋다”고 자랑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즉시 영화관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코로나19#영화관#생활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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