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쇼크” 맞은 국제유가…‘백척간두’ 놓인 정유사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18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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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에만 최대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 감산 여부와 최대한 빠른 글로벌 수요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7일 오후 6시 기준 배럴당 18.3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 이하를 기록한 전날 마감 가격(19.87달러)보다도 7.55% 낮은 수치다.

지난 12일 OPEC+가 다음 달부터 6월까지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코로나19라는 역대급 악재로 인한 수요 감소분을 상쇄하긴 힘들다는 실망감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전세계 원유 수요는 기존보다 하루 평균 2900만배럴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1995년 이후 25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구체적인 감산 실행안을 내놓지 못하는 점도 악재다. 미국은 민간 업체가 자율적으로 원유를 생산하기에 국가 주도인 다른 나라처럼 감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16일 월간 보고서에서 “현재 석유 시장은 갑작스럽고 규모가 큰 역사적인 쇼크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역대급 저유가에 국내 정유사도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으로 현금 사정이 나빠졌는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급감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이 올해 1분기에만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 동안 설비 투자를 확대했기에 그만큼 타격이 심하다”며 “역대 최악의 시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인 정제마진도 반등할 기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배럴당 4달러는 돼야 수익이 난다고 보는데, 4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0.7달러로 3월 셋째주부터 4주 연속으로 마이너스다. 현재 수준으로는 팔수록 손해가 난다는 얘기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약세는 3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오는 6월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이 이뤄진다면 상황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사우디·러시아의 에너지장관은 전화통화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OPEC+ 및 다른 산유국들과 공동으로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970만배럴의 감산 합의를 내놓고도 실망감에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추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저유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석유제품의 수요 회복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5월1일 전에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수요가 반등할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산업 활동이 회복되며 정유사 가동률이 조금씩 상향되고 있다”며 “중국과 비슷한 회복 기간을 가정시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은 6~7월부터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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