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창문으로 들어온 트로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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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프로축구 제니트 소속 말콤… 이달의 선수상 드론으로 받아
스키 브리뇨네는 택배로 3개나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 구단이 드론을 통해 자택에 머물고 있는 말콤에게 3월의 선수상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창가에 서 있는 사람이 말콤. 제니트 트위터 캡처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 구단이 드론을 통해 자택에 머물고 있는 말콤에게 3월의 선수상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창가에 서 있는 사람이 말콤. 제니트 트위터 캡처
‘자택 창문을 열어주시겠어요?’

러시아 프로축구 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된 가운데 자택에 머무르고 있던 제니트의 미드필더 말콤(23·브라질)은 이런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건물 2층에 사는 말콤은 메시지에 쓰인 대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드론 한 대가 굉음을 내면서 창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제니트가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에 놀란 말콤의 고양이는 황급히 자리를 피해 도망을 간다.

안전하게 집 안에 착륙한 드론에는 구단이 말콤에게 보낸 이달의 선수상 트로피가 부착돼 있었다. 말콤은 축구화 모양의 트로피를 집어든 뒤 “드론이 정말 힘이 좋네”라고 말했다. 이 트로피의 무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12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제니트는 리그 중단 전에 맹활약을 펼치며 ‘제니트 3월의 선수’에 선정된 말콤에게 드론을 이용한 트로피 전달식을 가졌다. 드론을 이용한 시상식은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이다. 이날 현재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3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과거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등에서 뛰었던 말콤은 이번 시즌부터 제니트에서 뛰고 있다. 말콤은 드론이 전해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표를 던진 제니트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지금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집에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탈리아 스키 선수 페데리카 브리뇨네(30)도 택배로 우승 트로피를 전달 받아 화제가 됐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여자 알파인 스키 종합 우승자 브리뇨네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별도 시상식 없이 시즌이 종료된 뒤 얼마 전 택배를 통해 트로피를 전달 받았다.

배달된 3개의 트로피 중 종합 우승 트로피는 무게가 9kg에 달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리뇨네의 집은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택배 기사의 방문이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트로피는 브리뇨네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배달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프로축구#제니트#말콤#이달의 선수상#트로피 전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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