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봄’ 즐길 수 있는 추천 콘텐츠①] 드라마로 전하는 따스한 위로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

■ 드라마 3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있을까.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은 홀로 흩어지고 만다. 여기저기 꽃망울이 터지고 있지만 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다 함께 즐길 수도 없어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고 한숨만 내쉴 필요는 없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직접 맞아야 봄을 실감할 수 있는 건 아닐 터이다. 셰익스피어는 “음악을 듣는 순간만은 악한 사람도 아름다워진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음악이란, 멜로디와 리듬으로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만이 아니라 웃음과, 다정한 눈물과, 함께 보듬어 안게 하는 따스한 한 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면 무리일까. 그건 또 하나의 ‘희망 바이러스’이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당분간 집에 머물러야 한다면, 집에 머물고 싶다면 TV와 컴퓨터를 켜보라.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와, 한 편의 영화와, 한 곡의 노래가 품어낸 ‘희망 바이러스’를 확인해보라.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더욱 더 전파되길 바라며….

● 고맙습니다 (극본 이경희·연출 이재동·주연 장혁, 공효진)

마음의 상처 치유하는 섬마을의 봄 이야기

의료사고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린 딸을 혼자 키우는 미혼모가 의사를 만나 편견에 맞설 용기를 채워가는 이야기다. 에이즈와 미혼모가 “나쁜 게 아니고, 이상한 게 아니고 다른 것”이라는 의사의 말은 빈부, 인종, 성(性) 등 각종 차별이 난무하는 현실을 다시 되새겨보게 한다.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근하게 데운다. 나뭇가지에 푸릇한 잎사귀가 돋아나는 이른 봄 섬마을의 풍경도 따뜻하다. 어른들을 웃기고 울린 아역 서신애의 극중 이름 또한 ‘봄이’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

● 프로듀사 (극본 박지은 등·연출 표민수 등·주연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강제 집콕’ 요즘 상황과 닮은 PD들의 애환

드라마 속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 사람들의 정신없는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활기가 차오른다. 일이 바빠 출퇴근길에서만 꽃을 바라보는 예능 PD가 “아무튼 여의도 벚꽃나무는 아주 그냥 몽땅 다 뽑아버려야 해”라고 투덜거리는 장면은 감염병 확산으로 방 안에 ‘갇힌’ 처지의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될까. 사회초년생으로 어리바리하지만 열정 가득한 신입PD 김수현을 응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짝사랑이 주는 설렘과 ‘예능드라마’를 표방한 코믹함은 덤이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 나의 아저씨 (극본 박해영·연출 김원석·주연 이선균, 아이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훈훈한 교감

부모 없이 병든 할머니를 모시며 닥치는 대로 사채 빚을 갚는 힘겨운 일상, 이제 막 20대 초입에 들어선 파견직원이 직장상사를 만나 겪는 변화를 그렸다. 상사와 그의 형제들, 이웃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며, 조금씩 바뀌어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는 이들에게도 따스한 위로를 안긴다. 초반엔 무채색의 두터운 코트에 몸을 숨기다 마지막 순간 극중 이름인 ‘지안(至安)’처럼 “편안함에 이르렀나”고 묻는 상사에게 “네”라고 대답하는 주인공의 미소가 긴 겨울을 보낸 봄을 연상하게 한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