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데도”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첫 주말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5일 18시 26분


코멘트
뉴스1
“일요일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15일 낮 12시경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약국을 찾은 윤모 씨(33)는 한숨 섞인 말을 했다. 이날은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후 첫 일요일로, 평일인 월~금요일에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이라면 출생연도 끝자리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다. 평일에 직장을 다니느라 약국 앞에 줄을 서기 힘들었던 윤 씨 부부는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으로 재고를 확인한 뒤 A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윤 씨가 도착했을 땐 A 약국에 배부된 공적 마스크 250장이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이 약국에 따르면 250장이 다 팔리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마스크 앱’에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약국에) 재고가 있다는 걸 보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는데 5분 전에 매진됐다고 한다. 남은 마스크가 하나도 없다. 다른 약국을 더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4, 15일 이틀 동안에도 약국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 씨 부부처럼 맞벌이를 하거나 생업 등 이유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약국별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스크 앱’에 따르면 15일 문을 연 약국은 평균 4곳당 1곳 정도였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대문구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 약국 20여 곳 중 유일하게 문을 연 B 약국에는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 약국도 판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마스크가 모두 팔렸다. 줄을 섰다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한 시민은 “면마스크라도 없느냐”고 약사에게 묻기도 했다. 이 시민은 “면마스크도 없다”는 약사의 말에 난감한 표정으로 약국을 나섰다. 평일에 약국을 찾았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최모 씨(50·여)는 “약국이 문을 연걸 보고 일찍 줄 섰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생으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려면 오는 금요일(20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최 씨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다.
뉴스1

주말이라 주택가 인근의 약국에선 판매 시작 후 금세 마스크가 동났지만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도심 약국에서는 마스크 구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의 한 약국 관계자는 “평일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섰는데 오늘은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지 3시간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긴 줄이 선 약국 앞을 지나면서 “근처 ○○ 약국으로 가면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스크 대란으로 예민해진 탓인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줄 사이를 지나 길을 가려던 행인을 보고 새치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