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금지에 멀리서 손 인사…교민들 간접 응원한 文대통령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9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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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산 임시 생활시설 방문…건물 밖서 창문 안 교민에 손 인사
文대통령 "해소해 드린다 해도 불편할 것…마지막까지 잘 챙겨달라"
지원 인력에 90도 인사로 감사 뜻…"여러분들이 곧 국가이자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국내 임시생활 시설에 격리 수용 중인 중국 후베이(湖北省)성 우한(武漢) 거주 교민에게 손 인사로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했다.

시설 밖 외출이 금지된 탓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대통령을 바라보던 교민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드는 간접 인사로 시설 생활을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을 찾아 교민 수용 현황을 점검하고 경찰·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 나온 정부중앙합동지원단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를 통해 입국한 교민 173명이 임시생활을 하고 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528명이 격리 생활 중이다.

이들은 2주간 격리 뒤 귀가 조치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15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귀가 전 교민들의 생활을을 점검하고 파견 나온 공무원들을 격려하고자 시설을 찾았다.

진천과 아산에 임시 생활시설을 가동한지 열흘만이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세 번째 현장 방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일 성동구 보건소를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교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부분을 점검했다. 초반 갈등을 겪었던 것과 달리 감사의 손편지를 전달하고, 보답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우한 교민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미담 (美談)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교민들이 주로 제기하는 불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수행하던 이승우 정부중앙합동지원단장(행정안전부 새회재난대응정책관)은 “면도기 등 주로 생필품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소소한 불편들을 다 해소해 드린다고 해도 아무래도 2주간 격리생활에 굉장히 불편할테니,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며 “마지막 돌아가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저희가 (불편함은) 다 들어드리는데, 흡연 장소가 없어서 아주 불편해 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허락할 수 없기 때문에 (들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것까지는 배려가 힘드니 차제에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금연에 도전해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민들이 머물고 있는 공무원인재개발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건물과 한참 떨어진 바깥 공간에서 각종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감염 사례를 막기 위해 친가족들도 면회를 금지하고 있는 방침에 따라 문 대통령도 교민들의 고충을 직접 전해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교민들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진 장관이 “저기 앞에 있다”며 100m 가량 떨어진 생활시설을 가리켰다.

교민들의 생활시설 건물을 한참 응시한 문 대통령은 “지역 주민들도 따뜻하게 환영들을 해줬기 때문에 정말 국가가 왜 필요한지 아주 절실히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 지사가 “교민들이 저기서 쳐다볼텐데, 많은 사람들을 향해 손 한 번 (흔들어 주시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문 대통령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민들의 모습을 찾았다.

진 장관이 “(여기서는 잘 안 보여도) 안에서는 (대통령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고, 박춘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2층부터 6층 사이에 있다”고 안내했다.

문 대통령은 “어쨌든 잠시라도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며 교민들의 생활 공간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교민 지원을 위해 각 정부 부처에서 파견 나와있는 정부중앙합동지원단 관계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여기 지원해 주시는 분들과 지원 인력들, 의료진들에게 각별히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이 분들이 현장에서는 국가 역할과 정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문 근처에서 방역복 차림으로 외부인의 진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합동지원단 관계자 4명을 만나 고된 근무체계 현황에 대해 묻고 별도로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이 현장에 나와 있는 국가이자, 현장에 나와 있는 정부니까 그런 자부심을 갖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괜찮은가. 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가”라고 물은 뒤 “고맙다. 악수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수고해달라”며 90도 각도로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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