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혜화역 모인 여성들, 빨간손 들고 “Stop Fem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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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8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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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로 그 가해자다”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 현상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 혜화역 앞에 모인 여성들이 빨간 물감이 묻은 손을 치켜들었다.

온라인상으로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된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는 28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가적인 방관 속에 페미사이드가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오후 2시부터 집회를 시작한 이들은 최근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故) 구하라씨와 설리씨(본명 최진리·25)를 언급하며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명백히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체로 검은색 마스크나 흰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입장한 집회 참가자들은 ‘당신이 가해자다’ ‘STOP PEMICIDE(페미사이드를 멈춰라)’ 등의 피켓을 들고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퍼포먼스를 위해 한쪽 손에 빨간 물감을 묻혀 들어 올린 뒤 “여성을 죽이지 말라” “당신이 바로 그 가해자” “입에도 담기 힘든 수많은 여혐단어” “여혐단어 포화상태 근절 노력 해봤었나”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이날 집회 중간에는 안티 페미니스트 성향의 여성 유튜버가 집회 장소 근처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다 주최 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과 주최 측에 따르면 여성 유튜버 ‘리나의 일상’은 이날 집회 장소 옆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를 발견한 주최 측이 영상 촬영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경찰이 중간에서 제지했다. 해당 유튜버는 경찰의 제지 이후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고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엔 카페에서 시위를 촬영하고 있어서 참가자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찍어달라고 경고했다”며 “이후 해당 유튜버가 밖으로 나와 시위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주최 측과 실랑이가 생겨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혜화역 앞에 여성들로만 이뤄진 집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지난해 혜화역 앞에서는 불법촬영 사건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5월부터 12월까지 모두 6차례 진행됐다.

‘폐미사이드 철폐 시위’는 지난해 열렸던 ‘불편한 용기’ 집회와 마찬가지로 익명의 개인들 모임을 표방한다. 이날 집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두 달간 한국에서는 두 명의 여성이 또다시 보호받지 못한 채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며 “두 여성은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명의 자매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죽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남성 카르텔을 이루며 남성중심적 사고관을 퍼뜨리는 남성들 바로 당신들”이라며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면서 권력은 내려놓지 않고, 여성을 성적 물화하고, 자신들의 불이익은 여성을 탓하는 바로 당신이 가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Δ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폭력을 언어로 정의하고 법제화할 것 Δ가부장폭력, 이성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 Δ여성이기에 가해지는 범죄의 원인이 성별 권력 차이인 것을 인지하고 합당한 처벌과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이다.

더불어 한국 남성들을 향해서도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것을 멈추라”며 “자신의 언행을 모두 반성하며 여성의 입을 막지 말고 여성들이 말할 때는 입 다물고 들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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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 철폐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여성혐오 범죄와 여성폭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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