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 하나 안보이는데… 北경제특구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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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SNS스타, 나선특구 방문기 올려
“北상인들 하노이회담 결렬 몰라… 나진호텔 카지노는 90년대 분위기”

“이게 핵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다는 나라의 경제특구인가. 상거래로 북적거리는 경제 중심지가 아니라 황량하고 적막한 도시다. 저녁에 개짖는 소리조차 안 들렸다.”

영국 여행작가 겸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토미 워커 씨는 올해 2월 말∼3월 초 북한의 나선(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찾은 소감을 8일 호주 최대 뉴스사이트인 뉴스닷컴에 게재했다. 그는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돼 2017년 6월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가 이용했던 북한 전문여행사 ‘영파이어니어 투어스’를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

북한 당국은 나선 특구를 ‘활발한 무역활동의 중심지’라고 선전했지만 그가 경험한 내용은 딴판이었다. 길거리에서 기업 광고판은 하나도 볼 수 없었고, 정치 포스터만이 가득했다. 외국인들이 유입되는 자유무역지대이지만 오락시설이 없었고, 저녁만 되면 인적이 끊겼다. 워커 씨는 나선을 “과거에서 멈춘 곳”이라고 평했다.

외국인들에게만 개방된다는 나진시장에서 만난 북한 상인들은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회담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얘기를 했다. 외부 정보 유입이 전혀 안 되는 북한의 현실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그는 외국인 자격으로 ‘황금의 삼각주’ 은행을 찾아 몇 시간 만에 계좌를 열고 은행카드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은행 웹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이 없다 보니 온라인 뱅킹은 ‘그림의 떡’이었다. 영화배우 청룽(成龍) 등 홍콩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세워졌다는 나진 황제호텔 카지노도 199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한편 이날 영국 더타임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원산 갈마지구에 건설되고 있는 해안관광지구에 대한 르포를 전했다. 관광업을 통한 외화 벌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이 노동자들에게 24시간 교대 근무를 시키고 있으며, 이런 방식의 노동력 동원이 열악한 북한 인권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까지 건설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제난 등으로 지연됐고 내년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로 완공 시점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나선특구#하노이회담#나진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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