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름다운 비행 함께 못해 미안합니다” 사내 게시판에 심경 토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그룹을 이끌어 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의 40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긴 아시아나항공을 이제 떠나보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16일 아시아나항공 사내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리며 주력 계열사를 떼어내는 심경을 토로했다.

박 전 회장과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전날 채권단 대표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대신 채권단은 자금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5000억 원을 수혈하기로 했다.

박 전 회장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의 전신인 서울항공 설립 때부터 실무 작업에 깊게 참여했으며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대표이사를 지냈다. 금호그룹 총수로 올라선 뒤 2004년에는 그룹 명칭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바꾸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처음 설립한 뒤 임직원들과 31년 동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함께했던 시절이 떠오른다”면서 외환위기와 미국 9·11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회사가 어려웠던 때도 언급했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갔던 금호산업을 2015년 채권단으로부터 다시 인수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되찾았던 박 전 회장이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채권단이 자금 지원 조건으로 완전한 경영 퇴진을 요구했고 박 전 회장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며 글을 맺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박삼구#아시아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