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액권에 ‘한반도 침탈 선봉’ 얼굴 넣는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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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금융침탈 전초기지 역할 제일은행 설립자
한반도 약탈에 활용된 경부선·경인선 부설하기도

일본 정부가 9일 새 지폐 도안을 공개한 가운데, 최고액권에 구한말 한반도 침탈에 앞장선 인물의 초상을 넣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만엔권 초상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인물은 일본의 유명 자본가인 시부사와 에이이치(???一·1840~1931년)다.

일본 언론은 시부사와에 대해 일본 최고(最古)은행이자 최초의 주식회사인 제일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을 설립한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현 사이타마(埼玉)현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 유학을 거쳐 관료에서 기업가로 변신하며 일본 근대 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일국립은행 외에도 도쿄가스, 도쿄해상화재보험, 제지사인 오이제지, 도쿄증권거래소, 데이코쿠(帝?)호텔, 기린맥주, 삿포로맥주, 대일본제당, 메이지제당 등 500개 이상의 기업 설립에 관여했다.

그러나 시부사와는 구한말 일제의 한반도 침탈의 발판을 마련하며 선봉에 선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제일국립은행은 1878년 부산에 지점을 설립했으며, 원산, 인천, 서울, 군산 등으로 지점을 늘려갔다. 이 은행은 대한제국 시절 조선의 관세징수 업무를 대행하고 자사가 발행한 화폐를 조선에 유통시키는 등 한반도 경제를 일제의 영향력 아래 두고 금융 침탈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제일은행이 1902~1904년 조선에서 발행한 지폐에는 그의 초상화가 그려넣어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그는 1901년 경부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해 일제의 한반도 자원 약탈 도구로 활용한 경부선 철도노선을 부설했으며, 미국인 모어스로부터 경인철도 부설권을 사들여 경인철도도 완성했다.

그는 그간 일본 지폐 초상 후보로 여러차례 거론됐지만 최종 선정된 적은 없다.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지폐 초상으로 선정될 때에도 같은 시기 한반도 침탈에 앞장선 시부사와는 최종 낙방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초상은 1963~1984년 1000엔권 지폐에 새겨진 바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인 시부사와가 지폐 초상화 인물 선정에 여러 차례 낙방한 것은 위조 방지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위조가 어려운 턱수염이 없는 시부사와 얼굴은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고 설명했다.

이번 1만엔권에 쓰일 초상화는 시부사와가 70세 때인 1909년 찍은 사진으로, 이 사진에도 턱수염은 없다.

이번에 변경된 디자인은 2024년부터 사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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