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엉 “김정남이 배우인지 알았다…미스터Y, 출연료 얼마든지 주겠다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1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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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을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 출처 뉴시스
김정남을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 출처 뉴시스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라는 설명에 사건에 참여했고 자신은 김정남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아사히신문이 8시간에 걸쳐 진행된 흐엉의 진술 조서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흐엉은 사건 발생 7주 전인 2016년 12월 북한 공작원을 처음 만났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바에서 자신을 ‘미스터Y’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카메라맨이라고 밝히며 장난을 치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흐엉은 진술 조서에서 “미스터Y는 베트남어를 쓰며 상냥했다”며 “출연료를 묻자 ‘얼마든지 주겠다’고 말했고 1000달러를 요구하자 거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흐엉이 만난 미스터Y 옆에는 상급자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이 “확실히 촬영하면 돈을 주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흐엉은 사건 발생 9일 전인 2017년 2월 4일 말레이시아로 건너왔다. 흐엉이 일반인 대상시범 촬영에서 주저하자 미스터Y는 “2월 13일 촬영에는 (상대역으로) 배우를 고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스터Y는 “당일 촬영본을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게재할 것”이라며 “2월 13일 촬영분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흐엉의 대담한 행동을 보고 김정남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흐엉은 “김정남인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엉은 “양 눈을 문지른 후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는데 ‘배우(김정남)’가 놀라서 뒤돌아봐 얼굴 전체에 (독극물을) 문지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흐엉은 범행을 마친 뒤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른 액체가 독극물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미스터Y를 지명수배했다. 흐엉의 변호사인 나랑 싱은 최근 채널A 인터뷰에서 “흐엉은 돈 받고 연기하는 줄 알았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속은 것”이라고 밝혔다. 흐엉과 함께 기소됐던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는 11일 풀려났으나 흐엉은 여전히 풀려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검찰과 법원은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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