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주 “사퇴 거부하자 과기硏 이사장 찾아와 ‘윗선 뜻’이라며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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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주 前원자력연구원장 본보-채널A 인터뷰서 증언
작년 7월 과기부 국장이 첫 통보… 11월 원광연 이사장 “거부하면 해임”
2주일간 독촉… 결국 해임통보 받아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출연 연구기관장들에 대한 정부의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당사자 증언이 13일 또 나왔다. 이번엔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사진)이다.

하 전 원장은 동아일보, 채널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20일 돌연 사임한 이유에 대해 “이미 7월부터 여러 차례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였다.

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원자력 기술과 안전, 방사선 관련 연구를 한다. 하 전 원장은 1992년부터 연구원 생활을 한 정통 원자력 전문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원자력정책개발국장을 맡을 정도로 국내외 학계에서 인정받던 인물이다.

하 전 원장은 “지난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국장으로부터 ‘잘못이 없는 것도 알고 있고 주변에서 열심히 잘했다는 평을 듣는 것도 알지만 정무적 판단이므로 그만둬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하 전 원장은 “담당 국장은 ‘안타깝지만 위에서 그만두라 한다. 나는 전달자일 뿐’이라며 이해를 구했고 이날 둘이서 늦은 밤까지 통음했다”고 했다. 하지만 하 전 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6일 정부 출연연을 총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이사장이 찾아왔다. 하 전 원장에 따르면 원 이사장은 “3개월 동안 사퇴 요구를 막아줬지만 이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사퇴 안 하면 해임한다. 절차가 뻔하지 않으냐”고 했다. 이후 사퇴 종용을 계속 받았다는 하 전 원장은 “거의 매일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어디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BH’(청와대)라고 답했다. 그럼 청와대 과기보좌관이냐라고 묻자 ‘더 위’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하 전 원장은 11월 30일자로 사임시키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자 이보다 빠른 20일에 스스로 물러났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하재주 前원자력연구원장#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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