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눈물은 통합우승 후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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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정규리그 첫 5회 정상… 눈물 쏟았던 2년전 챔프전 패배
박미희 감독 최대한 감정 숨겨

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흥국생명 경기에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레프트 이재영(왼쪽)과 박미희 감독이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여자부 역대 최다 정규리그 우승(5회)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12년 만의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수원=뉴스1
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흥국생명 경기에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레프트 이재영(왼쪽)과 박미희 감독이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여자부 역대 최다 정규리그 우승(5회)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12년 만의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수원=뉴스1

톰시아의 스파이크가 현대건설 진영 구석에 꽂히면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56)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기뻐하는 선수들과는 환하게 웃으면서 일일이 두 손바닥을 마주쳤지만 이내 다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부임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 때 경기가 끝나자마자 눈이 벌게지면서 눈물을 참지 못했던 2년 전과 대조적이었다.

흥국생명은 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방문경기에서 현대건설에 3-1(23-25, 25-15, 25-18, 25-16)로 승리하며 2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흥국생명은 여자부에서 정규리그 사상 첫 5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박미희 감독이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한 데 대해 구단 안팎에서 “징크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흥국생명은 2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하면서 통합 우승을 놓쳤다. 이 때문에 통합 우승을 노리는 박 감독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지 않으려고 의식했다는 것이다.

구단 프런트도 징크스를 의식하고 있다. 한 직원은 “6일 홈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졌을 때 일부에서 ‘차라리 잘됐다, 방문경기에서 우승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라면서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팀도 징크스만 수백 개는 될 것”이라며 웃었다. 흥국생명은 안방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우승할 경우 준비한 축포와 우승 세리머니도 화려하지 않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리그 우승에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를 확정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즌이었던 만큼 감독과 선수들 모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려고 했다. 팀의 주포 이재영은 경기에 졌을 때 입었던 옷을 따로 분류해두고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 날에는 절대로 입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 주인공인 대한항공은 감독과 코치 모두 특별한 징크스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부에는 이미 ‘정규리그 우승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못 이긴다’는 징크스가 벽처럼 버티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2013∼2014시즌 삼성화재가 마지막으로 통합우승을 이뤘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68)은 “그 징크스를 우리가 이번에 깨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흥국생명은 21일, 대한항공은 22일 플레이오프 승자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각각 치른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프로배구 도드람v리그#이재영#박미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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