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투수 3타자”“NL도 지명타자”… ML, 변혁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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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간 단축 절실한 사무국… ‘좌우놀이’ 등 원포인트 등판 막게
“마운드 오르면 최소 3명 상대”… 노조 “지명타자제 확대” 역제안
올해 시행 못해도 강정호 등 수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몇 년간 스피드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질 경우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려 자칫 수익 감소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MLB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MLB 사무국이 투수 한 명이 마운드에 오르면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해야 교체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하자고 선수들에게 제안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언론 ‘디 애슬래틱’은 최근 “롭 맨프레드 MLB 사무총장이 선수노조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맨프레드 사무총장은 자동 고의 4구를 도입하고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 횟수를 6번으로 제한하는 등 경기 시간을 줄이는 규정을 다수 도입해 온 바 있다.

이 같은 제안의 배경에는 투수 교체가 경기 시간을 늘리는 ‘주범’이 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 분석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 자료를 보면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이 경기당 출전시킨 투수는 평균 4.36명이다. 2000년 3.56명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이저리그에서 한 이닝당 코치진이 마운드를 방문하거나 투수를 교체하는 데 쓰는 시간이 3분 11초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투수 최소 3타자’ 규정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전술에 적지 않은 영향이 생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 투수가 1이닝만 던진 뒤 바로 교체되는 ‘오프너’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왼손 타자에게 왼손 투수를 내는 등 소위 ‘좌우놀음’을 하기 위한 노림수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원포인트 투수’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즌 3시간 4분이 걸린 평균 경기 시간을 2시간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수 미국 언론은 이외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투구 한 번에 걸리는 시간을 20초로 제한하고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도 3번으로 줄이는 등의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노조는 이 같은 규정 도입에 따른 대가로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만 도입하고 있는 지명타자 제도를 내셔널리그까지 확대해 달라고 제안했다.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 야수 한 명을 더 활용하게 돼 선수 기용 폭이 넓어진다. 이에 따라 선수노조 입장에서는 실리가 될 수 있다. 수비가 취약한 거포형 선수나 노장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점도 선수들에게는 매력적이라고 MLB닷컴은 분석했다. 선수노조는 에이스 투수가 공수에 모두 참여해 혹사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973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클랜드의 구단주 찰리 핀리 주도로 투표를 거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에서도 1980년에 같은 투표를 실시했지만 부결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선수노조가 MLB 사무국의 경기 시간 단축 방침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인 만큼 당장 이번 시즌 시행은 물리적으로 힘들더라도 향후 도입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내셔널리그로 지명타자 제도가 확대될 경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 출신들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피츠버그의 경우 콜린 모란과 3루수 경쟁을 하는 강정호(32)가 지명타자로 출전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밀워키에서 뛰고 있는 용병 에릭 테임즈(33·전 NC) 역시 지명타자 가능성이 높다고 디 애슬래틱은 예상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지명타자제 확대#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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