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몸담았던 팀과의 작별을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은 구단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갖춰 맨 채 고별 무대에 올랐다. 이별의 아쉬움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13분 상대 경남 김현훈의 자책골로 1-0으로 앞서 나가자 전북 선수들은 벤치 앞으로 다가가 최 감독에게 큰절 세리머니를 했다. 선수들의 예기치 못한 인사에 최 감독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화답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전북 구단과의 14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2일 안방 전주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경남과의 38라운드 1-1 무승부를 끝으로 올 시즌 모든 일정을 마쳤다. 내년부터 중국 톈진 취안젠 사령탑을 맡는 최 감독은 2005년 부임 이후 K리그 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FA컵 1회 등 총 9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명장이었다. 전북에서만 통산 562경기 296승 133무 133패를 기록했다. 그중 K리그에서 229승(115무 101패)을 따내며 리그 통산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올 시즌에도 전북은 26승 8무 4패로 리그 정상에 섰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최초로 스플릿(33라운드) 이전에 우승을 확정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38라운드 체제 역대 최다 승점(86점)이다.
평소 근엄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최 감독도 이날만큼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혹여 감정이 격해질까 경기 전 팀 미팅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경기 뒤 고별행사에서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최 감독은 베테랑 이동국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했다. 최 감독은 “선수, 팬들과 전주성에 다시 앉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균 관중을 2만, 3만 명을 만들고 싶었다”며 팬들의 계속된 성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팬들도 최 감독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만5248명의 팬은 ‘당신은 우리들의 영원한 봉동이장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최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최 감독 상반신 모습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팬들도 있었다. 경기 뒤 팬들에게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은 최 감독은 관중석으로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최 감독은 이날 명예 전주시민증도 받았다.
전북에서의 영광을 뒤로한 채 이제 최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최 감독이 사령탑을 맡는 톈진 취안젠은 올 시즌 리그 전체 16개 팀에서 9위를 했다. 최 감독은 “전북같이 강팀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차분히 좋은 팀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