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보다 경제”… 대만 가오슝 시장선거 ‘韓流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20년 민진당 텃밭서 출마 野후보, “잘사는 도시 만들자” 민심 파고들어
양안관계 앞세운 與후보에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 대만 지방선거에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외국에서 유행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한류가 아니다. 대만 남부 최대 도시 가오슝(高雄) 시장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 후보로 출마한 ‘한궈위(韓國瑜·61·사진) 열풍’을 대만과 홍콩 언론에서 이렇게 부른다.

가오슝은 1998년부터 20년간 시장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는 민진당 텃밭이다. 하지만 한궈위는 한 여론조사에서 42.6% 지지율로 민진당 후보(36.6%)를 앞서는 등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만, 홍콩 언론은 “한궈위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며 “한궈위 당선 여부가 이번 선거의 초점”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중화권 언론이 분석한 한궈위의 인기 이유를 주목할 만하다. 국민당 비주류인 그는 대개 점잖은 늙은이 스타일의 국민당 정치인들과 달리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솔직한 모습으로 민진당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얻고 있다. 그는 8월 가오슝 등 대만 남부 지역이 폭우 피해를 입었을 때 혼자 양복바지를 걷고 침수 현장에서 수재민과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정치적인 이념 논쟁보다는 경제 문제를 앞세워 민심을 파고든 것도 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한궈위는 “(중국과의) 통일과 대만 독립 주장 간의 갈등을 없애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유세에서 “(가오슝의) 상품이 팔릴 수 있게 하고 사람(인재)들은 (가오슝으로) 올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가오슝의 낡고 가난한 상황을 바꿔 부자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277만 명인 가오슝 인구를 10년 안에 5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반면 민진당은 경제와 민생 이슈가 중심인 지방선거에서 양안(중국, 대만) 관계 등 정치적 논쟁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언론은 한궈위가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는 것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대머리인 그는 “대머리는 머리가 뽑히는 걸 겁내지 않는다. (민진당) 덤벼라”라고 말하면서 “투표일 전날인 23일 밤 대머리 500명이 모여 가오슝을 밝히자”고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이 같은 그의 제안에 200명 이상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한 여성은 10년 넘게 길러온 머리를 밀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20년 민진당 텃밭#대만 가오슝 시장선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