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메일과 같은 ID, 이재명지사 집서 마지막 접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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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혜경씨가 계정주 증거 포착”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계정주라고 경찰이 결론을 내린 이른바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에 등록된 G메일 아이디(ID)와 똑같은 다음 ID가 경찰의 수사 착수 직후 탈퇴 처리됐으며, 이 지사의 자택에서 마지막 접속이 이뤄진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김 씨가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라는 수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올 4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미국 트위터 본사에 ‘혜경궁 김씨’ 계정주의 정보와 로그기록 등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은 계정주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용이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보고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또 가짜뉴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의 정서에 비춰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트위터 본사는 경찰에 “범죄 성격을 감안해 계정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혐의 내용이 표현의 자유 등과 관련돼 있다고 보고 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해석이다.

이에 경찰은 우선 국내 포털에도 같은 아이디 ‘khk631000’을 사용하는 회원이 있는지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다음에서 G메일과 동일한 ID ‘khk631000’이 사용되다가 수사가 시작된 올 4월 탈퇴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경찰은 이 ID 사용자가 다음을 이미 탈퇴한 뒤여서 회원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 ID의 마지막 접속 장소가 이 지사의 자택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론적으로 김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ID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khk’의 이니셜과 뒷부분의 숫자까지 일치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ID 개설 과정에서 중복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ID의 소유주가 두 사람 이상 존재할 가능성도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지사는 침묵했다. 21일 오후 2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다음 ID에 관련한 입장이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결국은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국민들이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이 어려울 때는 국민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이어 “오늘 기본소득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취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아내분이 ‘hg’라는 이니셜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자택에서 탈퇴한 아이디는 ‘hk’로 나오는데…”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토론회장으로 들어갔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이 지사 부인의 다음 아이디와 문제의 트위터 계정은 무관하다”며 “마치 이 지사 집에서 증거가 발견된 것처럼 경찰이 흘려서 여론몰이식 정치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상당히 불편하다. 검찰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와 김 씨의 카카오스토리, 이 지사의 트위터 계정에 같은 사진이 비슷한 시간대에 게시된 점 등을 근거로 트위터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가 김 씨라고 결론을 내리고 19일 사건을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김 씨는 올 4월 경기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위터에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형 강제입원’ 등 세 가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 지사는 24일 오전 10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앞서 경기 분당경찰서는 세 가지 혐의에 대해 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혜경궁 김#이재명#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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