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전방 방어전력 약화 걱정되는 군사 분야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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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어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합의서에는 전방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위가 중단되는 조치들이 담겼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의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 항공기의 전술훈련이 금지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를 두고 “남북이 초보적인 수준의 운용적 군비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운용적 군비 통제’는 현재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군사력 운용 분야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방에 집중 배치된 공격용 무기를 재배치하는 것 등을 말한다.

군축은 일반적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 ‘운용적 군비 통제’ ‘구조적 군비 통제’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첫 단추인 ‘군사적 신뢰 구축’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비대칭 전력인 북의 핵무기가 멀쩡하고, 실질적 비핵화 프로세스는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무인기는 동부 15km와 서부 10km, 전투기 등 고정익은 동부 40km, 서부 20km 상공에서 비행을 금지하기로 한 합의는 공중 감시 태세에 구멍을 만들 우려가 있다. 육군이 최전방에서 운용하는 정찰용 소형무인기(UAV)는 탐지거리가 10∼15km 정도에 불과하다.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장사정포 관련 부대의 움직임을 살피는 데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우세한 전력만 줄여선 안 된다. 안보는 조그만 빈틈이라도 국가적 참화로 이어질 수 있고 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판문점선언#평양 정상회담#군사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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