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섭 “조달혁신으로 기업의 혁신성장 돕고 일자리 창출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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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섭 조달청장 인터뷰

박춘섭 조달청장은 17일 “국내 조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이젠 6조 달러 규모의 해외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 직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독려해왔다. 조달청 제공
박춘섭 조달청장은 17일 “국내 조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이젠 6조 달러 규모의 해외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 직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독려해왔다. 조달청 제공
“기업의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획기적인 정책이라도 펴야죠.”

박춘섭 조달청장이 현행 방식과는 크게 다른 획기적인 조달 방식의 도입에 나섰다. 조달청이 수요기관의 구매 요청을 받아 조달을 대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초기 구매를 보장함으로써 혁신제품 개발을 돕는 ‘혁신제품 공공 테스트베드 사업’이다.

박 청장은 17일 “사업 예산 12억 원을 정부안으로 신청했더니 국회는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도 ‘조달청이 이런 역할을 해도 되느냐’란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만큼 파격적이라는 뜻이다. 그는 사내게시판을 익명으로 전환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불만을 해소하는 등 조직 운영에서도 혁신을 꾀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사업을 비롯한 조달 혁신 방안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혁신제품 공공 테스트베드 사업’은 어떤 것인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혁신기술 제품을 조달청이 먼저 구매한 뒤 이 제품들이 필요한 공공기관이 최종 구매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혁신기술이 공공기관에서 테스트와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상용화에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구매를 요청하면 시장이 인정한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기존 조달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사업은 캐나다에서 이미 일부 검증이 됐다.”

―조달청의 역할이 매우 적극적인 게 특징인 것 같다.

“그렇다. 현재 시행 중인 ‘공공수요와 연계한 연구개발(R&D) 지원 사업’도 공공조달이 기업의 혁신 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정부기관이 R&D 비용을 지원해 혁신제품 개발을 돕는다. 하지만 테스트베드 사업은 한발 더 나아갔다. 조달청이 자체 재원으로 초기 구매를 보장함으로써 혁신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다 와서 보니 조달청이 상대적으로 현장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60조 원가량의 조달 예산(전체 공공조달 규모는 123조 원)을 운용하는 조달청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 정부의 혁신 성장 추진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R&D 지원사업의 결과물도 곧 나온다는데….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9개 분야의 소형 무인기(드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실종자 수색용, 기상관측용, 군사용 등 3종의 드론이 10월 이전에 개발될 예정이다. 조달청은 이 제품들을 우수 조달제품으로 지정해 관련 정부기관이 매입하도록 판로를 지원한다.”

―이런 선택적 지원에 대한 반발은 없나.

“분야를 정부의 혁신성장 8대 선도 사업에 국한했다.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조달청의 ‘벤처나라’가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벤처나라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쇼핑몰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실적이 없는 벤처·창업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12개 벤처·창업기업이 벤처나라를 거쳐 종합쇼핑몰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찾아온 미국 조달청 관계자들에게 벤처나라 얘기를 했더니 상세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중장기적으로 구상하는 혁신조달 방안이 있나.

“벤처나라를 재정비하려고 한다. 벤처나라 제품 중에는 혁신적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혼재돼 있다. 내년부터 제품의 혁신 정도에 따라 구분해 운영의 효율을 기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오픈시스템으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민간도 공공조달을 활용하고 공공부문도 민간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방과 경쟁을 통해 조달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취임 1년이 넘었다. 보람 있는 일, 아쉬운 일이 있을 것 같다.

“취임 초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뒀다. 국내 우수 조달기업과 외국의 정부 납품 기업을 연계해 해외조달시장에 간접 진출하는 것이다. 수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두 가지를 겨냥한 포석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별도의 추진 조직을 꾸려 해외조달시장 정보와 영문실적증명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해외조달시장 진출이 점차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쳤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박춘섭#혁신성장#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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