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예절 교육으로 창의인재 양성하는 전남 옥과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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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옥과고 학생들이 전통한옥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전통차 예절 실습을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옥과고 학생들이 전통한옥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전통차 예절 실습을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3일 전남 곡성군 옥과면 옥과고. 학교 건물 뒤편 야트막한 산자락에 고풍스러운 한옥(건축면적 245m²)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4억 원을 들여 철저한 전통 방식으로 지은 한옥은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이었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집’(인성예절교육관)이란 현판이 내걸린 한옥 본채에서 1학년 학생들이 차 예법을 배우고 있었다. 최가은 양(16)은 “인성예절교육관 분위기가 너무 좋아 힐링하는 기분으로 간다”며 “차 예절을 배우면서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 전통한옥에서 인성 교육

교내 전통한옥에서 인성예절 교육을 하는 학교는 전국에서 옥과고가 유일하다. 1학년 학생들은 학기 중에 이곳에서 34시간 다례나 전통 예절을 배운다. 김창옥 옥과고 교장(57)은 “학생들이 인성예절교육관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사고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옥과고는 인성예절교육관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 지역 초중학생과 학부모, 주민 등 1500여 명이 다도 예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옥과고 학부모 오남균 씨(50)는 “다례를 배운 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늘었다”고 말했다.

인성예절교육관은 융합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올해 1, 2학년 학생 20명은 ‘전통 한옥의 과학적 구조와 원리 탐구’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온돌의 열전달, 피톤치드 구조 분석, 전통한옥의 예술성 찾기 등 과학과 미술, 인문사회 등 여러 과목을 융합한 연구여서 호응도가 높다. 학생들은 연말에 3차원(3D) 프린팅으로 한옥을 제작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옥과고는 학생들의 인성 함양과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전통한옥 한 채(198m²)를 더 지을 계획이다.

○ 창의 교육으로 명문고 도약

이날 옥과고 기숙사 건물 1층 북카페에서는 1학년 학생 10여 명이 전문가를 초빙해 인생의 청사진을 영어로 써서 그래픽으로 꾸미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옥과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기 위해 전문가를 자주 초청하고, 비교과 과목 방과후 수업도 학생 5명만 모이면 전문가를 초빙해 운영하고 있다.

학년별로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토론하는 수업도 융합교육의 한 형태다. 동일한 책으로 여러 교과에 맞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학기 말에 책의 저자를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방과후 자율학습시간에 기숙사 내 개인별 학습실에서 공부한다. 학습도우미 교사가 가까이에서 학생들을 챙겨 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숙사에는 학습실 외에 동아리방, 스터디그룹방, 인터넷 수강실, 체력단련실도 있다. 학교 측은 교내에 천문관측소와 창의융합과학실을 건립해 과학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옥과고는 글로벌 인재 역량을 키우는 데도 열성을 쏟고 있다. 2013년 자매결연한 말레이시아의 한 고교 학생 15명 안팎을 홈스테이와 학교생활에 참여토록 해 글로벌 감각을 키우도록 배려하고 있다.

○ 우암학원 창학 68년

옥과고가 자리한 면소재지에는 카페와 편의점, 식당, 복사집 등이 도로변에 줄지어 있다. 여느 농촌과 달리 활기찬 모습이다. 인구 4600명의 옥과면을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만든 것은 바로 교육의 힘이다. 옥과면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면단위에 어린이집부터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있다.

김정섭 옥과면장(57)은 “동네에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어 교육도시라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옥과면이 교육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은 올해 창학 68주년을 맞은 우암학원 덕분이다. 우암학원은 옥과면에 어린이집, 옥과고, 전남과학대를 비롯해 노인들을 위한 곡성시니어클럽을 두고 있다. 광주에서는 우암유치원과 남부대, 우암의료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조용기 우암학원 설립자(93)는 1950년 고향인 옥과면에 천막 2채로 청소년의 배움터인 ‘옥과농민고등학교’(현 옥과고)를 지었다. 그는 농촌운동과 교육사업을 평생 과업으로 삼고 백수를 바라보는 지금도 강단에서 ‘인간학’ 강의를 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강단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삶의 교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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