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대기업 의존 벗고… 고유기술-수출로 ‘희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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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늪’ 경남의 두 강소기업

이준형 경한코리아 해외총괄 부사장이 생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경한코리아는 국내 자동차 업계 침체 속에서도 3년 연속 성장, 영업이익률 15.5%를 유지한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이준형 경한코리아 해외총괄 부사장이 생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경한코리아는 국내 자동차 업계 침체 속에서도 3년 연속 성장, 영업이익률 15.5%를 유지한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자동차 및 조선 산업이 주력인 경남지역 경제는 요즘 말이 아니다. 업황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삼각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지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6일 경남 창원에서 만난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40년째 경남에서 제조업을 하는데 요즘 기업인끼리 만나면 어떻게 폐업하는 게 좋을지 그 얘기뿐이다”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체감경기 지표인 경남지역 중소 제조사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52로 전국 중소 제조사 평균(72)을 20포인트 밑돌았다. BSI가 100보다 내려갈수록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초토화된 지역 경제 속에서도 일부 중소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자체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대기업 의존도를 줄여 해외로 일찍 눈을 돌린 기업들이다. 권영학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조선·자동차·항공 대기업이 위축되자 그에 의존한 중소기업의 타격이 크다. 여기서 벗어나 수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납품 활로를 찾아야 살길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 車 생태계 흔들려도 수출로 굳건”

창업 11년 차를 맞은 콘택트렌즈 기업 ‘드림콘’의 김영규 대표가 완성된 콘택트렌즈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빗방울이 
떨어진 창문을 보고 물방울무늬 렌즈를 만들었다. 내수 유통구조가 더 어려워 해외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창업 11년 차를 맞은 콘택트렌즈 기업 ‘드림콘’의 김영규 대표가 완성된 콘택트렌즈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빗방울이 떨어진 창문을 보고 물방울무늬 렌즈를 만들었다. 내수 유통구조가 더 어려워 해외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창원 소재 자동차부품회사로 현대·기아자동차 2차 협력사인 경한코리아는 대표적인 지역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매출 330억 원 규모로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96%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5.5%나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소속 89개 부품기업의 올해 1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0.9%였다.

이 회사 이준형 해외총괄 부사장(40)은 “현대·기아차가 올해 판매 목표치를 줄였는데 이는 최근 15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생산량을 줄이니 납품만 한 곳은 어렵다. 우리는 다행히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시장을 뚫었던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다”고 했다.

경한코리아는 2006년 미국 부품사 이턴의 트럭용 자동차부품을 수주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1차 협력사가 되면서 수출이 매년 급속히 늘었다. 지난해 세계 5대 부품사인 독일 ZF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ZF는 메르세데스벤츠, BMW그룹 등의 주요 협력사다. 이 부사장은 “올해 수출 비중이 약 55%로 처음 내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콘택트렌즈 제조사 드림콘도 수출로 성장 트랙을 탄 기업이다. 수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세계 최초로 7년 유통기간 인증, 렌즈 컬러가 눈에 닿지 않도록 하는 플루시어 공법 특허로 2016년 영업이익률이 35%에 달했다.

김영규 대표(55)는 “국내 렌즈 시장은 존슨앤드존슨 등 다국적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특수한 유통구조로 이익을 내기 어렵다.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고 태국에서는 1위 수준”이라고 했다.

○ 급격한 노동정책 변화에 브레이크 우려

가까스로 침체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정책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드림콘 김 대표는 “내년 7월부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람을 더 뽑으려 해도 지방까지 오지도 않고, 기존 직원들은 수당이 줄어든다며 걱정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등장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대해서도 상당수가 회의적이었다. 경한코리아 이 부사장은 “생산관리시스템(MES) 구축에만 10억 원이 들었다. 그것도 규모가 작다고 거절하는 정보기술(IT) 대기업에 ‘상생이라 생각해 달라’며 부탁해 겨우 설치했다”고 했다. 그는 “전체 스마트공장 구축에는 100억 원이 드는데 정부는 5000만 원 지원해주고 결과를 가져오라 한다. 그거라도 받겠다고 서류 준비 용역 맡기려면 5000만 원이 고스란히 들 것 같아 신청도 안 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신기수 중소기업융합 경남연합회 회장은 “대기업이 위축되니 연관된 협력사, 소상공인 타격은 더 크다. 정부가 대기업 옥죄기는 그만하고 다같이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양산=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국내시장#대기업 의존#고유기술#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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