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나이들의 우정… 난민 다큐… 가을 나들이에 영화는 ‘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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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 지자체 테마 영화제 풍성

7일 개막하는 울주 세계산악영화제에서 공개되는 다큐멘터리 ‘돈월’은 그동안 넘볼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진 요세미티 계곡의 직벽 ‘돈월’에서 19일간 머물며 등반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울주 세계산악영화제 제공
7일 개막하는 울주 세계산악영화제에서 공개되는 다큐멘터리 ‘돈월’은 그동안 넘볼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진 요세미티 계곡의 직벽 ‘돈월’에서 19일간 머물며 등반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울주 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영화1

“산악인 토미 콜드웰과 케빈 조거슨은 지난 6년 동안 한곳만 바라봤다. 세계적인 암벽등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요세미티 계곡 엘케피탄에 900m가 넘는 직벽 돈월(Dawn Wall)이 그 목표였다. 돈월은 그동안 그 누구도 올라서려 엄두도 내지 못한 불가능한 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콜드웰과 조거슨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려 19일간 돈월의 직벽에 매달린 채 먹고 자며 오르고 또 올랐다. 특히 콜드웰은 키르기스스탄 원정 등반 도중 무장 반군의 포로로 붙잡혔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었고 손가락 절단 사고까지 당했지만 돈월 등반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들의 도전에 언론사들이 현지로 몰려들었고 전 세계가 세기의 등반으로 주목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고통을 넘어 직벽의 끝으로 향하는데….”(조시 로웰과 피터 모티머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돈월’(미국·2017년·울산 울주군 주최 ‘세계산악영화제’)

# 영화2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미노드 목탄(한국명 미누)은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로 ‘목포의 눈물’ 같은 한국 노래를 즐겨 불렀다. 2009년 미등록 불법 노동자로 단속돼 강제 추방되기 전까지 18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외국인 노동자로, 또 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결성된 ‘스탑크랙다운’의 리드 보컬로 활동했다. 그는 귀국 후 네팔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성장했지만 한국을 잊지 못했다. 2017년 서울 핸드메이드 국제박람회 때 네팔 대표로 초청됐지만 입국이 금지됐다. 과거 한국에서 인권 보호 운동을 했던 전력 때문이었다. 미누는 좌절했지만 그의 밴드 친구들이 네팔에서 공연을 제안한다.”(지혜원 감독의 ‘안녕 미누’·2018년·경기도 주최 ‘DMZ 국제다큐영화제’)》

‘축제의 계절’ 가을을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산악, 다큐멘터리, 동물 등 다양한 주제의 테마 영화제를 열고 있다. 가족 여행객들이 지역 명소를 둘러보고 특색 있는 영화도 감상하는 지역 특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산에 관한 모든 것을 담다”

7∼11일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울주 세계산악영화제는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산악 전문 국제영화 행사다. 산악스포츠, 산악문화, 모험, 탐험 그리고 자연과 환경 관련 작품으로 41개국에서 출품한 139편을 선보인다.

이선호 산악영화제 이사장은 “당대의 중요한 세계 산악 영화를 한데 모아 산악문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시련과 극복, 동경과 모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 갈등과 공존을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세계 산악인의 도전과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들이 눈길을 끈다. ‘돌아서지 않는다’(원제 Hansjorg Auer-No Turning Back·이탈리아·2017년)는 세계 최고 산악인에게 주는 황금 피켈상의 후보였던 한스요르그 아워의 등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사이코 버티컬’(Psycho Vertical·영국·2017년)은 영국 웨일스 출신의 등반가 앤디 커크패트릭의 동명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토대로 요세미티 남쪽 루트를 18일간 단독 등반하는 과정을 그렸다.

산악영화제 홍보대사인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는 “올해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에서도 세계 산악영화제가 열리는데 네팔 정부와 대사관 관계자들이 영화제 기간에 오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산악영화제가 세계적인 행사로 발전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재미동포 투자로 북한에서 촬영한 영화도


이번 영화제에선 ‘북한 영화 특별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노래하다’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과 10일 상영되는 장편 ‘산 너머 마을’(2013년)은 북한 출신의 재미동포가 투자해 북한 제작진이 현지에서 촬영한 영화다. 11일 선보이는 ‘향기골에 온 감자’ ‘나무 할아버지가 준 선물’ 등 애니메이션 4편도 북한 작품이다. ‘산 너머 마을’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하와이국제영화제, 루체른국제영화제 등에 소개돼 화제가 됐다.

특별전을 기획한 이정진 프로그래머는 “북한에서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찾다가 보석 같은 작품을 발굴했다”며 “많은 관람객이 남북한 문화교류의 일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비무장지대에서 평화와 화해를 영상화

13∼20일 경기 고양·파주·김포·연천 등 4개 시군에서 열리는 제10회 ‘DMZ(비무장지대) 국제다큐영화제’는 평화와 소통, 생명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다. 올해는 39개국에서 출품한 142편이 상영된다.

‘국제경쟁’ 부문은 지난 한 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읽을 수 있는 섹션이다. 신자유주의의 폐해, 시리아 내전, 난민 문제 등 이 시대의 국제 이슈는 물론이고 현대사회에서의 죽음, 노동, 가족, 성매매 문제 등을 다룬다.

서민원 감독의 ‘태권도 통일을 꿈꾸다’(2018년)는 지난해 7월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돌 당시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이 남한을 찾은 과정을 담았다. 태권도를 통해 평화와 화합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DMZ 오픈 시네마 부문에서 제이다 토룬 감독의 ‘고양이 케디’(터키, 미국·2017년)는 터키 이스탄불 거리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일곱 마리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홍형숙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제 DMZ 다큐영화제는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든든한 문화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남북한 청소년 영상캠프와 DMZ 관련 남북한 다큐멘터리 공동 제작 등의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동물, 여성 등 특화된 주제 영화제도 호평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의 ‘고양이 케디’는 터키 이스탄불 거리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고양이들 얘기다. DMZ 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의 ‘고양이 케디’는 터키 이스탄불 거리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고양이들 얘기다. DMZ 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이 밖에 지역별로 개성을 살린 영화제들이 영화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8월 17∼21일 전남 순천시에서 열린 제6회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는 행사 기간 3만 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 동물의 현실을 다룬 ‘클로즈업’ 부문에서 동물보호소의 일상을 다룬 ‘울타리 밖의 사람들’(오스트리아·2017년), 무리를 잃고 방황하는 고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외톨이 고래’(독일·2017년) 등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앞서 5월에 열린 서울 국제여성영화제는 1997년 시작된 후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주제로 지난 20년간 여성영화의 변화를 담은 36개국 147편을 소개했다.

일부 지자체 주최의 영화제에 나온 작품들이 이미 개봉된 지 오래된 것들로 기획이 참신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역별로 다양한 테마를 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dmz 국제다큐영화제#다큐멘터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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