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헬기, 인수 6개월만에… 10m 상공서 추락 5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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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비행장 활주로 부근서 사고
정비후 제자리비행 시험하다 곤두박질치며 불길 휩싸여
중상 정비사 1명 병원 이송, ‘수리온’ 개조 올해 1월 도입
軍당국,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조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가 추락해 해병대 장병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17일 해병대와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6분경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군 6항공전단 비행장 활주로 옆 유도로 부근에서 해병대 1사단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1대가 추락했다. 해당 군 비행장은 해병대 1사단 항공대도 함께 사용하는 곳이다.

사고 헬기는 당시 헬기 제작사가 주관하는 정기 정비를 마친 직후 시험비행 차원에서 10m 상공을 ‘하버링(Hovering·제자리비행)’ 하던 중 추락했다. 추락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헬기에 탑승한 해병대 승무원 6명 중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망자는 정조종사 김모 중령(45), 부조종사 노모 소령(36), 정비사 김모 중사(26), 승무원 김모 하사(21) 박모 상병(20)이다. 정비사 김모 상사(42)는 중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 상사는 의식을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현장에 출동한 군 소방대원 1명도 부상했지만 찰과상 수준으로 치료 후 부대로 복귀했다. 화재는 오후 5시쯤 진화됐지만 헬기는 전소됐다. 해병대사령부는 “유가족과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한편 사고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비행장은 민간공항인 포항공항과도 활주로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활주로가 아닌 유도로 인근에 헬기가 추락하면서 김포발 대한항공 K1535편이 사고 발생 40여 분 후인 이날 오후 5시 29분경 정상적으로 착륙하는 등 민항기 이착륙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이다.

유사시 해병대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2년 개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을 기반으로 제작된 파생형 헬기다. 수리온 계열 헬기에서 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 1월 10일 해병대는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서 마린온 1, 2호기 인수식을 연 것을 시작으로 상륙기동헬기를 처음 도입한 바 있다. 현재까지 해병대엔 마린온 4대가 실전 배치돼 있다. 마린온 도입 전에는 미군 상륙기동헬기에 의존해야 했다.

사고 헬기는 2호기로 인수 6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해병대는 상륙작전 능력과 기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6대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마린온 30여 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손효주 hjson@donga.com / 포항=박광일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포항 비행장 활주로 부근#해병대 헬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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