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여고생 끝내 주검으로… ‘아빠친구’가 성폭행후 살해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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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야산서 8일만에 시신 발견, 수풀 속 알몸상태로… 부패 심해
자살한 용의자 車 세운곳 300m 부근… 산으로 유인-공범 가능성 배제 못해
“金씨, 여고생 만날때 휴대전화 끄고 귀가후 車세차 - 옷 태운뒤 다시 켜
CCTV 없는 옛 도로 이용해 이동”… 경찰, 유전자 분석 통해 경위 조사

전남 강진군에서 실종된 여고생 A 양(16)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발견됐다. 16일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집을 나간 지 8일 만이다. 강진군 도암면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알몸 상태였다. 경찰은 A 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고 한 ‘아빠 친구’ 김모 씨(51)가 A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김 씨는 17일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 발견된 소지품은 립글로스 1개

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을 경찰이 수습해 옮기고 있다. 경찰은 16일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실종된 여고생의 시신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을 경찰이 수습해 옮기고 있다. 경찰은 16일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실종된 여고생의 시신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도암면 지석리 매봉산 정상 뒤편 아래로 50m 지점에서 A 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풀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덮여 있지 않았다. 주변에 옷과 소지품은 없었고 립글로스 1개만 발견됐다. A 양 가족은 경찰에서 “A 양의 물건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시신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A 양 실종 당일 김 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세워놓은 지점과 멀지 않다. 두 지점 간 거리는 직선으로 약 300m, 산길로 이동하면 1km가량이다. 앞서 김 씨는 1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인적이 드문 농로에 차량을 세웠다. 같은 날 오후 4시 24분 A 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마지막으로 신호가 포착된 기지국은 김 씨가 주차한 지점에서 약 700m 떨어져 있다. 지금은 이장한 김 씨 부모의 옛 산소 터도 주차 지점에서 200m 거리에 있다.

경찰은 김 씨 차량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도 시신을 8일 만에 발견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가 숨졌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졌고 통신수사 등으로 수색 범위를 넓히면서 찾아냈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야산 정상부는 경사도가 70도 이상이고 잡목과 수풀이 우거진 상태다. 이날도 수색용 경찰견이 흔적을 찾아내면서 가까스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옮기기에는 산길이 매우 험하다. 김 씨가 산 정상까지 유인했거나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A 양인지 확인하는 한편 시신 부검과 정밀감식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김 씨 차량 안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등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빠르면 25일 나올 예정이다.

용의자 김 씨는 지석리에서 태어나 20대에 강진읍으로 이사갔다. 화물차를 몰아 돈을 벌었고 3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보신탕집을 운영했다. 그는 최근 식당을 비롯해 집과 농장(약 2400m²) 등을 팔려고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석리에서 만난 마을 노인들은 “김 씨가 평소 개를 사러 자주 마을에 왔는데 성격이 좋았다”고 말했다.

○ 김 씨, 휴대전화 꺼놓고 CCTV도 피했다

용의자 김 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듯한 정황도 추가로 포착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의 휴대전화는 16일 오후 1시 50분 강진읍에서 꺼졌다. A 양을 만난 직후로 추정된다. 이후 김 씨의 휴대전화는 같은 날 오후 6시경 다시 켜졌다. 김 씨가 집에 돌아와 세차하고 옷가지로 추정되는 천을 태운 직후다. 경찰은 김 씨가 A 양과의 만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휴대전화 전원을 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가 새로 난 왕복 4차로 도로를 피해 왕복 2차로인 옛 도로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새 도로에는 40km 구간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10여 개 있지만 옛 도로에는 1개도 없다. 김 씨가 의도적으로 CCTV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16일 오후 11시경 A 양의 어머니가 찾아오자 가족들에게 “불을 켜지 말라”고 말한 뒤 뒷문으로 달아났다. 이어 17일 오전 6시경 집에서 1.5km 떨어진 공사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실종 여고생#주검#아빠친구#성폭행후 살해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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