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건강 모두 챙기는 ‘나무의사’에 도전해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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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림청은 수목의 정확한 진료 및 처방을 위한 나무의사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후속 조치에 나섰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수목의 정확한 진료 및 처방을 위한 나무의사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후속 조치에 나섰다. 산림청 제공
‘나무의사’를 아십니까?

올 하반기부터 산림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산림청(청장 김재현)은 28일부터 나무의사제도 등을 담은 산림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나무의사제도는 생활권역 수목(樹木)에 대한 전문화된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나무의사만 나무병원을 설립해 수목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나무의사는 나무에 대한 진단과 처방, 예방,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1991년 수목의(樹木醫)라는 이름 등을 쓰는 나무의사제도가 시행됐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피해도 급증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공간 수목을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네 숲 관리, 나무의사에게

그동안 아파트나 학교, 공원같이 사람이 사는 곳 주변 수목의 병해충 방제는 아파트관리인이나 실내소독업체 등이 맡았다. 적절한 약제를 사용하지 못해 방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효능을 발휘하지 못해 수목이 죽는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고스란히 그 피해는 아파트 입주민 등 시민에게 돌아갔다.

산림청의 ‘2015년 전국 생활권 수목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전문가에 의한 방제가 92%에 이른다. 부적절한 농약 사용도 69%로 나타났다. 관계법령에 따르면 나무병원 등록 없이 수목 병해충 방제를 시행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식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무병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46개, 2015년 116개, 지난해에는 109개가 신규 등록해 전국 나무병원은 모두 590개가 됐다.

최근에는 ‘숲세권(숲+역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생활공간 주변에 나무와 숲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이름도 ‘○○숲 ○○파크’처럼 나무나 숲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주거공간과 인접한 녹지공간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가치의 상승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전문화된 생활권 수목 진료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일자리 각광 전망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산림청에서 관리한다. 나무의사는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 수목치료기술자는 190시간 이상 교육 받아야 응시자격이 생긴다. 양성기관 교육과정은 수목학 토양학 수목병해충학 농약학 등으로 구성된다. 나무병원 설립 요건도 정해놓고 있다.

산림청은 나무의사가 현장에서 수목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치료법을 내놓으면 국민 건강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독성(高毒性) 농약 오·남용 같은 부적정한 약제 사용에 따른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산림청은 28일 관련법 시행을 계기로 나무병원 신규 등록을 받는다. 또 다음 달 2일까지 나무의사, 수목치료기술자 양성기관 신청을 받아 8월에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나무병원 이외의 업체나 나무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의 수목 진료행위에 대해 계도 및 특별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정원이나 수목원과 연계한다면 나무의사제도가 신(新)성장동력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나무병원 설립과 양성기관 지정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김재현 산림청장 인터뷰,
“이달 말 나무의사제도 시행되면 2022년까지 일자리 1600개 생길 것”

“안정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습니다.”

나라 숲과 나무를 책임진 사람이 일자리를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재현 산림청장(사진)은 22일 동아일보와 만나 “일자리 창출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행정조직이라는 틀을 벗어나 유연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청년실업률이 높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산림을 가꾸는 일이 자원 및 국민건강 보호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같은 말은 김 청장이 건국대 교수로 있을 때부터 줄곧 강조하던 산림정책의 현장성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그에게서 산림청 일자리 정책 등을 들어봤다.

―‘일자리발전소’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과 행정 간 괴리가 발생한다. 이 틈새를 융합하고 조정해서 동력을 불어넣는 것이 일자리발전소라고 본다. 이를 구체화시킨 것이 신설을 검토하는 산촌혁신지원단이다.”

―이달 말 시행되는 나무의사제도로 일자리가 얼마나 생기나.

“나무의사는 수목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일을 한다. 아파트나 학교, 공원, 거리에 있는 나무에 대한 약물 오·남용을 막아 국민 건강도 향상시킬 수 있다. 나무의사제도가 시행되면 2022년까지 일자리 약 1600개가 생길 것으로 본다.”

―첫 시행이라 혼란도 예상되는데….

“일본은 이미 25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비전문가가 하는 수목 방제나 약물 투여 등은 나무는 물론 주민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계도와 단속을 병행할 계획이다.”

―평소 산림의 ‘6차 산업화’를 강조했다.

“산림 분야는 계획이 전제돼야 한다. 과도한 이용은 산림을 파괴하고 인간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너무 방치해도 생태계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인간이 산림에서 목재와 임산물을 적절히 얻듯이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강원 인제 자작나무 숲, 전남 장흥 우드랜드와 편백나무 숲이 대표적이다. 1차 임산물이 생산되고, 2차 판매 및 유통시설을 조성하면서, 3차 특화된 숲으로 관광객까지 몰려드는 구조가 6차산업 개념이다.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이용하고 다시 심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임산물 생산, 가공을 지원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낙후된 유통구조 현대화 및 품질관리를 통해 산림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역할을 더욱 넓히고 임업인을 적극 육성해 사람 중심 정책을 추진하겠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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