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이벌 SK 최태원-GS 허진수 맞손… ‘주유소 택배’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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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픽’ 6월부터 시범 서비스


최태원 SK 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전국 주유소를 공유경제 인프라로 활용하자는 구상으로 손을 잡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보유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20일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C2C(Customer to Customer) 기반 택배 서비스 ‘홈픽(Homepick)’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국내 정유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경쟁사에서 각자의 자산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사가 됐다.

SK는 CJ대한통운과 3월 전국 SK주유소를 거점화해 택배 서비스를 구축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택배 접수를 하면 물류 스타트업이 1시간 이내에 고객을 찾아가 물품을 받은 뒤 주유소에 보관한다. 이를 CJ대한통운이 목적지로 운송한다. GS칼텍스도 여기에 자사 주유소 네트워크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더 많은 주유소를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달부터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한 뒤 9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5 대 5 비율로 주유소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홈픽에는 정유사는 물론이고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유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어디든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픽 서비스의 시작으로 기업 및 개인 고객은 택배 발송부터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배송시간을 줄일 수 있어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주유소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구조도 다각화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고객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주유소까지 배송하는 물류 스타트업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이득이다. 고객과 대기업, 스타트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셈이다.

두 회사는 스타트업과 상생 생태계 조성, 주유소 공간의 새로운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확산 등을 목표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주유소 외에 양사의 자산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하기로 했다.

양사의 협력은 GS칼텍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최 회장은 20일 열린 시카고포럼 기조연설에서 “주유소 공유 인프라 아이디어를 공모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경쟁자인 GS칼텍스에서 찾아와 물류 인프라 협력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2월 주유소 활용 사업 모델을 공모하는 ‘주유소 상상 프로젝트’로 아이디어를 모집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참여자가 늘고 공유 인프라 스케일이 커지면 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택배 시스템을 열게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SK 최 회장과 GS칼텍스 허 회장은 각각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최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공유 인프라 구축’으로 정하고, SK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각 계열사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허 회장 역시 주유소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지난해 8월 사내에 회장직속 신성장동력 발굴팀 ‘위디아’를 만들어 주유소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해왔다. 전국 3000여 개의 GS 주유소와 충전소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sk#gs칼텍스#주유소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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