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 간편결제로 집도 사는데… 한국은 200만원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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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1년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올해엔 오프라인 진출에 주력… 5월 QR-바코드 결제 선보여
한중서 상호 결제 가능하게 中 알리페이와 협업해 해외진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현금 없는 사회를,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제공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현금 없는 사회를,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제공
“현재 한국판 알리페이가 국내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는 십수 년간 고쳐지지 않는 금융규제 영향이 크다. 일례로 카카오페이 보유 잔액 한도가 200만 원이다. 결혼식 축의금도 못 받는다. 심지어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그런 규정이 없는데 유독 핀테크분야에 현실을 반영 못한 규제가 많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41)는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핀테크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규제와의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핀테크 산업에서는 ‘잔액 한도’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알리페이 모바일 보유액으로 집까지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구상 자체가 원천적으로 힘들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에서 분사한 지 이달로 꼭 1년이 됐다. 2018년 4월 현재 월 거래액 1조 원, 카카오페이 카드 50만 장 발급(2018년 1월 출시) 등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류 대표는 당초 기대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만 14세 미만 학생들이 송금·결제를 할 때 부모 동의를 받게끔 하고 있다”면서 “이를 구현하기 복잡해 애초부터 청소년 결제 서비스는 만들지도 않았다”며 핀테크 산업 규제의 높은 장벽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카카오는 2012년부터 뱅크월렛카카오(뱅카)와 카카오페이 등 송금, 결제 서비스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뱅카는 보안성 심의를 받는 데 1년 반이 걸렸고, 출시는 2014년 하반기(7∼12월)나 돼서야 가능했다. 하루 송금한도도 당시 10만 원에 불과해 이용자의 외면을 받았고 2016년 12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카카오톡 내 기능으로 탑재된 카카오페이는 살아남아 뱅카가 못 이룬 핀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올해 주력하는 사업은 바로 오프라인 결제다. 실물카드인 카카오페이카드 발급을 시작으로 다음 달 중순에는 카카오톡 앱 내지는 위젯(자주 쓰는 서비스를 작은 아이콘 형태로 만들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내용을 볼 수 있게 만든 것)을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 QR코드, 바코드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류 대표는 “당장 다음 달부터 CU 편의점과 엔제리너스, 롯데리아 등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가 가능해진다”며 “연말까지 20만 개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해 월 거래액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카드가맹점 규모는 230만 개 정도로 이용자들의 불편을 없애려면 100만 개는 확보해야 한다. 류 대표는 “2020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알리페이와의 협업도 강조했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중국 앤트파이낸셜은 2017년 2월 카카오페이에 2억 달러(약 2300억 원)를 투자했다. 이후 류 대표는 앤트파이낸셜 대표와 매일같이 딩톡(Ding Talk·알리바바 메신저)을 주고받으며 협업하고 있다. 양사는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알리페이를 쓰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결제할 수 있게 된다”며 “내년에는 중국에서도 카카오페이를 쓰는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 알리페이 가맹점에서 QR코드, 바코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톡의 메신저 기반 결제시스템을 통해 현지 경쟁사 위챗페이(텐센트)에 대적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우고 반대로 카카오페이도 알리페이의 선진 서비스를 배운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는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동남아 등도 순차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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